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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여자들』 찰스 부코스키 (열린책들, 2012)


음.
내가 보기에 마초는 아냐. 마지막에 로셸을 때려치웠잖아. 단지 ‘마지막 한 번’이란 게 좀 걸리긴 하지. 하지만 심지어 강간하거나 강간당하거나 핥거나 치마를 추어올리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다. 문제는 솔직함을 덮고 점잖은 체할 수 있냐는 건데, 그렇게 못해서 이건 마스터피스, 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신춘문예에 『여자들』을 냈다간 바로 아웃이다. 사실 어딘들 그럴 테지. 나는 섹스를 통해 신과 합일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고, 섹스를 하고 나면 편두통이 사라지며, 다른 애들의 부러움을 사려고 인기 있는 남자와 섹스를 하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남편이 반대할 것 같으면 섹스를 해준다는 여자를 수백 명은 알고 있다. 물론 이런 얘기는 대체 왜 여자들이 섹스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늘어놓은 어떤 책에 나와 있기도 하다. 냄새, 얼굴, 태도, 유머 면에서 치나스키는 합격이다. 특히 침대 위에서. 섹스는 교환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단순한 희열 때문에 이루어지기도 하며 의무감으로 인해 인간을 구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물론 나는 건강상의 이로움도 있다고 여기고 싶은데, 여기서 자꾸 섹스 얘기만 한다고 색정광으로 몰리는 것 또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이 책에 대해서는 이것밖에 얘기할 게 없다! ‘옮긴이의 말’의 ‘이 소설에서 치나스키가 하는 일이라고는 여자들에게 사정(事情)하고 사정(射精)하는 것뿐이다’라는 대목은 그래서 재미있다……. 나는, 극에 달하면 다시 반대로 돌아온다고, 그러니까, 여기에 낭만이 있는 거라고 본다. 더치는 상처를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씹할’ 소리가 튀어나가고, 배척당하기 위해 배척하며, 무엇보다 여자들의 속내를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 그리고 치나스키는 적어도 여자를 속이진 않는다. 뭐, 그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리디아에겐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하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놓고 들킬 것을 상정하고 있다. 그럼 이제 뭐가 남았을까. 튼실한 보라색 물건밖에 없나? 과거 에드워드 애비가 그의 작품으로, 거세해서 영원히 감금시켜야 한다는 평을 들었던 게 기억난다. 그는 『몽키 스패너를 든 강도들』에서 아주 ‘점잖은’ 환경운동가들을 그렸지만 거세당해야 한다는 혹평을 들었다. 부코스키야 어련하시겠어. 그건 그렇고, 치나스키가 그러길, 친절한 사람이 섹스를 더 잘한다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꽤 친절하다고. 그리고 『여자들』을 읽기 전에 『우체국』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 편이 충격이 덜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