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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전자책의 충격』 사사키 도시나오 (커뮤니케이션북스, 2010)





한 미국인 블로거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보내는 메일을 'email'이라고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e'가 없어지고 그냥 'mail'이 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ebook'도 그냥 'book'이라고 부르게 되지 않을까?」 '메일'이라고 말할 때 그것이 종이에 쓴 편지를 가리키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메일은 곧 전자메일을 가리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책도 모두 전자가 되어 종이책이 점점 적어지고 결국 '책'이라고 하면 곧 전자책을 가리키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ㅡ 머리말




러니까, 전자책이 어떻게 되든 말든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자책은 내 관심 밖의 일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종이책'만 볼 테니까. 그리고 그때까지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 여기지도 않는다. '읽다'와 '보다'가 동어의로서 작용하든 그렇지 않든 내 머리를 굴려보건대 '본다'는 건 일방적으로 나를 덮치는 영상물 등에 해당한다. 그에 반해 '읽는다'는 것은 내가 읽고 싶을 때 읽고 읽기 싫으면 종이를 접어 던져버릴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물론 텔레비전 방송이나 컴퓨터로 보는 영화를 두고 얘기하자면 '본다'는 것도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얘기하고자 하는 건 '책'이니까, 나는 '책은 읽는 것', 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당연히 종이로!





예전에 음악은 패키지 형태로 유통되었는데 (...) 패키지가 벗겨지면서 음악과 감상자가 직접적으로 접속하게 되었으며, 음악 너머에서 전체를 포괄하는 사운드가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현상은 책의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책은 음악과 달라서 마이크로화되기 힘들기 때문에 통합된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콘텐츠로서 유지된다. 하지만 리패키지되면서 책도 그 너머에 존재하는 '더욱 커다란 무엇'인가를 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책이라는 장치, 그리고 책을 둘러싸고 있는 맥락인가? (...)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세계와, 어떤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책의 너머에 존재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인가, 따뜻하고 그리운 공간인가, 아니면 쓸쓸한 바람이 부는 황야인가?


ㅡ 본문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