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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납관부 일기』 아오키 신몬 (문학세계사, 2009)


본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굿 바이》의 원작이라는 카피가 써진 띠지가 있긴 한데, 그건 버린지 오래라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는지 찾아보진 않았지만 별로일 것 같은 기분이다. 『납관부 일기』는 그것 그대로 존재하는 게 낫다, 는 게 내 생각이다. 과거 학창시절에 영안실에서 염(殮)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했었다. 내 기억으론 시신 하나에 13만원이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결국 하지 못했다. 완력에도 소질이 없고, 강심장이기는커녕 비리비리한(지금도) 학생이어서 좀처럼 그런(!) 일은 할 수 없었다. '태연하게 죽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태연하게 사는 게' 가능하려나. 이 책을 읽은 뒤 계속 생각하고 있다. 사자(死者)를 대하면 생자(生者)의 눈으로 보게 되고 생자를 대하면 사자의 눈으로 보게 되는 터부의 세계……. 이 책의 부피와 밀도는 반비례한다.



책 앞날개에 적힌 설명 : '납관부(納棺夫)'는 죽은 사람에게 마지막 작별의 화장을 해주고, 영원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의상을 입혀(염습) 그 사체를 입관하는 사람을 말한다. 장례회사에서 10년간 납관부로 일한 작가 아오키는 「납관부는 '시체 처리사'가 아니라, 죽은 이가 안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