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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루시퍼 이펙트』 필립 짐바르도 (웅진지식하우스, 2007)


는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기억한다. 《피아니스트》에서 비리비리하게 나왔던 애드리언 브로디가 주연한 영화 말이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 남자들을 간수와 죄수 그룹으로 나눈 다음 2주간 가상의 감옥 체험을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영화를 봤을 당시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웬걸, '스탠포드 모의 교도소 실험(SPE)'라는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한 스토리였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 실험, 평범하고 신체 건강한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나눈 후 모의 감옥 실험을 한 사람이 이 『루시퍼 이펙트』의 저자 필립 짐바르도다……. '루시퍼 이펙트'란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도록 전환시키는 상황과 시스템의 영향력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앞서 말한 교도소 실험과 과거 이라크 교도소에서 자행된 포로 학대 등등. 잠깐 엉뚱한 소리지만, 이라크 얘기가 나왔으니, 당시 전투에 임하던 미군들이 즐겨 들었다는 블러드하운드 갱(Bloodhound Gang)의 음악을 들어볼까나 ㅡ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에도 나왔던 에피소드다. 제목은 「Fire Water Burn」.








예상했던 대로 해방된 수감자들은 일제히 교도관들을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그들은 교도관들이 그들의 업무에 요구되는 수준을 훨씬 벗어나서 창의적인 학대 방법을 고안해냈으며 몇몇 사람을 골라내서 특히 심한 학대를 가했다고 느꼈다 (...) 수감자들은 '착한 교도관' 역시 재빨리 지목했다. 그들은 수감자들에게 굳이 잘해준 것은 없지만 수감자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교도관 역할에 매몰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 '못된' 교도관과 '착한' 교도관 사이에 '원칙에 충실한' 교도관이 있었다. 그저 임무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규칙 위반에 대해서는 벌을 주지만 수감자 개인에게 사적인 학대 행동은 하지 않았던 교도관들이다.

ㅡ 본문 p.296-297


마음을 조종하는 영향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특정 수단들을 알아보기 전에 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만큼은 무사할 것이란 '개인적 무취약성'의 착각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럴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걸! (...) 따라서 여러분은 우리가 배우게 될 교훈을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거부할 수 있다. 여러분 자신은 정상 분포곡선의 꼬리 끝에 놓인 특별한 경우니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방어 무기를 내려놓고 꼬리를 꼰 채 붙잡히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다.

ㅡ 본문 p.635




이 실험에서 착한 교도관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정말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못된 교도관'과 상대적으로 보이도록 거칠게 굴지 않으면 되니까. 뭐, 이건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이 실험에서는. 왜 성격이 변하는가, 왜 상황이 중요한가, 어떻게 시스템이 이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나, 하는 점이 더 크다. 나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믿고 싶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책에 나오듯 '선한 자아(good self)'가 '악한 상황(bad situation)'을 지배한다고는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저지른 행동은 그게 아무리 끔찍하고 잔혹하건 간에, 나 역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ㅡ 아니, 나 또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시스템이란 건 뭐냐, 고 한다면 ㅡ 시스템은 그 체계를 만들고 그것을 집행하는 자들의 지배를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법은 누가 만드나? 경찰은? 범죄자는? 교도관은? 수감자는? 감옥은? 시스템이 이 모든 것들은 만드는 건가!?



▼ 에셔(Maurits C. Escher)의 「원의 극한(천국과 지옥)」이란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