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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풍자화전』 제아미 (지만지, 2009, 보급판)


문학을 전공했어도 이 책 읽어보란 얘기를 아무도 안 하더라. 교수들까지도. 왜? 그저 고전극에 대한 내용이라서 다소 편협하게 보였으려나? 전공과는 상관이 없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일단 노(能)란 건, 가부키(歌舞伎)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고전극이다. 당연히 『풍자화전』도 노에 대한 내용이고. 책을 열어 보면 '각 연령에 따른 수련법', '연기 수련법' 등에 관한 것인데, 이걸 다르게 볼 수도 있겠다.





칠 세

좋고 나쁨을 너무 세세히 지적하며 가르치려 드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엄하게 주의를 주면 아이들은 의욕을 잃고 싫증을 내고 말 것이다.


십칠팔 세부터

우선 목소리가 변하는 변성기이기에, 이전의 소년기에 갖고 있던 한 가지 장점이었던 목소리의 매력을 잃게 된다. 체격도 어정쩡하게 되어 자태의 매력도 잃게 된다 (...) 이래저래 악조건이 겹쳐 이 단계에서 그만 의기소침해 버린다 (...) '내 평생의 갈림길이 바로 지금'이라는 비장함으로 일평생을 걸고 수련에 매달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십사오

그 자리에서의 젊음의 꽃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 번씩은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실력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게 되고, 본인 스스로도 명인이라도 된 듯이 우쭐해지기 십상이다 (...)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자만한다면, 여태까지 갖추어왔던 꽃조차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설령 친자식이라 하더라도 그릇이 못 되는 자에게는 이 비전을 전해서는 아니 된다.」 매정한가?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이 경우를 정치와 기업에 그대로 대입시킨다면 어떨는지). 설령 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연령에 따른 수련법을 제시하고 있는 곳은, 꼭 가부키나 노에 대한 거라고 보지 않아도 되리라. 특히 사람의 마음 자세와 인간의 됨됨이에 대한 무거운 시사를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