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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웃음(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11)


진관에서 주인장과 다툴 뻔한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인데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였다. 「안경을 조금만 올리세요」라든가 「고개를 좀 더 이쪽으로요」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단 하나 나를 짜증나게 하는 말은 「웃으세요」다. 기분 나쁘게 비웃는 건 잘하면서도, 누가 웃으라고 하면 못 웃는다. 즐거운 상황이 아니면 억지로 웃을 수 없는 거다. 그래서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은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이다. 그런 나에게 '웃으세요'라니. 이게 무슨 가당찮은 말이던가. 내가 가만히 있자 주인장은 계속 웃기를 권했고 나는 원래 얼굴이 이모양이니 대강 찍어달라고 했다. 결국 사진을 찍긴 찍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와 드잡이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웃음』을 보면 억지로 웃어야 하는 '훈련'이 등장하는데 나는 죽었다 깨도 그렇게는 못한다……. 일단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연출이 좀 섬세하지 못하다는 것. 개인차는 있겠으나 나로서는 작가의 『카산드라의 거울』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단편으로 압축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베르베르 작품의 특성은 상상력과 명료함일지니, 오, 거기에 빛이 있으라!







言ってしまえば僕らなんか似せて作ったマガイモノです。すぐにそれと見破られぬように上げ底して暮らしています (...) 世界中にすり込まれている、嘘を信じてゆく、すべてはフェイク、それすら。。。


말하자면 우리 같은 건 모방해서 만든 모조품입니다. 금방 가짜라는 걸 들키지 않도록 허세를 부리며 살고 있습니다 (...) 온세상에 스며있는 거짓을 믿어 가네, 모든 것은 페이크, 그것조차…….


ㅡ Mr.Children 「フェイク」




왜 이 노래가 떠올랐냐고 물으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사진관의 기억 때문일까?). 노홍철의 상투어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겁니다」도 생각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머인 '살인소담(殺人笑談)'이나 특수한 목적을 갖고 유머를 생산해내는 비밀 결사는 차치하고, 어쨌거나 『웃음』은 딱 베르베르의 소설이다. 누군가의 작품을 읽고 '어, 이건 XX가 쓴 것 같은데' 하고 추측할 때처럼. 간단명료함도 그렇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베르베르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건 『웃음』과 『카산드라의 거울』이었다. 앞서 말했듯 짤막한 응축에 입각했다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왜 웃는가'를 묘사하기엔 구조나 이야기가 빈약하다. 그런데 이렇게 느낀 순간, 정말 그가 인간이 왜 웃는지에 대한 풀이로 『웃음』을 썼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기엔 몹시도 과녁을 빗나갔으니 말이다 ㅡ 영화로 치자면 '액션' 정도가 되겠다(차마 '드라마'라 하지는 못하겠군). 그러니까 나는, 이 작품을 '웃음'을 둘러싼 활극이나 기상천외한 블랙코미디로 본다. 그리 접근하지 않으면 내가 처음에 느꼈던 당혹감을 이겨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