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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찰스 부코스키 (바다출판사, 2000)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그 첫번째 - 10점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김철인 옮김/바다출판사


라카미 하루키식의 말랑말랑하고 애틋한 섹스 묘사는 아니더라도, 부코스키의 섹스에는 솔직함이 있고 날것의 호르몬이 즐비하다. 부코스키 얘기를 하려면 일단 섹스를 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다. 누가 됐든 섹스를 하는 이유를 들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거기엔 굉장히 매혹적이고 복잡하며 불가사의한 덩어리가 존재한다. 아무리 개별적 동기를 쪼개고 쪼갠다한들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심지어 첫 데이트에서 '너무 쉬워 보이면 안 된다'라는 생각 때문에 섹스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여성(이런 남성은 없을 줄로 안다, 나는 확신한다)들도 있지 않나 ㅡ 별로 상관은 없지만 여기에 덧붙이면, 첫 데이트에서 섹스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 해도 남자들은 이 여자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안다, 그러니까 여자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쉬워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쉬운 여자다. ……그러니, 우리는 섹스를 정의할 수 없다. 대신 고맙게도 부코스키는 그를 읽게끔 해주었다, 책이라는 형식으로. 부코스키의 책은 온통 섹스 천지다, 그게 소설이건 뭐건 간에. 물론 우리는 안다. 전통적으로 섹스를 주도하는 것은 남성이라는 것을. 내가 보기에 남자들은 섹스라는 영역에서 다른 사회화의 형태를 취한다. 이를테면 남자들은 의식적으로 섹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잠을 자는 동안이나 다른 경우에도 무의식적으로 발기될(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여자들은 이런 신호의 촉발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여기서 카오스가 생긴다. 성적 희열과 오르가즘,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유대의 차이가. 물론 부코스키의 글에서 이런 것을 발견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글엔 섹스가 존재한다. 결국 내가 부코스키에 대해 할 수 있는 얘기는 섹스밖에 없다. 뭘 더 바라나?



덧) 부코스키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써있단다. 「Don't 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