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_롱

『악평』 빌 헨더슨, 앙드레 버나드 편집 (열린책들, 2011)


악평 - 8점
빌 헨더슨, 앙드레 버나드 지음, 최재봉 옮김/열린책들


로인 책을 읽었을 때 「이걸 책이라고! 뭐 이런 게 다 있어!」, 나는 이렇게 욕하며 책을 집어던진다. 물론 그게 나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 취향이 아닐 뿐이고,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니까 ㅡ 하긴 그럴 정도면 끝까지 읽기도 전에 중간에서 책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반대로 몹시도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면 감상문 따위를 적으면서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런저런 검색까지 해가며 '어려운 말들'도 좀 섞어가면서. 참 바보같은 말이지만 나는 '사악한' 서평은 쓰고 싶지 않다. ①작가가 우연히도 내가 써놓은 감상을 읽고서 좌절에 빠질 것이다. ②그 책을 구입하려던 사람이 내 감상 따위에 구애되어 구매버튼을 클릭하는 걸 주저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생각에서는 아니다. 나는 비평보다 나쁜 것은 칭찬의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 어떤 서평들은 유감스럽게도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하나의 작품을 놓고 정말이지 악랄하게 평가하는 일은 하지 못하겠다. 내 일개 감상이 파급력을 갖는다는 생각에서도 아니고, 언젠가 내가 악평을 퍼부은 책의 작가가 몰래 내 뒤를 캐 나를 납치한 다음 손톱 밑에 엄청나게 큰 바늘을 꽂으며 고문할 거라는 상상 때문도 아니다. 각설하고 여기서 얘기할 건 '악평'에 대해서다. 『악평』에 담긴 '악평.' 왜 이렇게도 훌륭한 작품에 고약한 평가를 내렸을까 하고 의구심을 갖는 대목도 있고, 역시 '이런 평가는 당연해' 라며 동의를 표하게 되는 구절도 있다.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책을 들여다보자.





제인 오스틴에 관하여

나는 사람들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왜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보기에 오스틴 소설은 어조가 조야하고 예술적 창의성도 형편없으며 영국 사회의 빌어먹을 관습에 갇혀 있는 데다 (...) 이 작가의 머리를 사로잡고 있는 단 하나의 문제는…… 결혼할 수 있느냐 하는 것뿐이다……. 차라리 자살이라면 더 존중할 만할 것이다.
ㅡ 랠프 월도 에머슨, 『일기』(1861)

오노레 드 발자크에 관하여
이야기를 꾸며 내는 데에서나 인물 창조 및 구성에서나, 또는 열정을 그리는 데에서 상상력이 부족하다……. 프랑스 문학에서 드 발자크 씨의 자리는 이렇다 할 만한 게 없다.
ㅡ 외젠 푸아투, 『르뷔 데 되 몽드』(1856)

『위대한 개츠비』에 관하여
F. 스콧 피츠제럴드 씨는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로맨스든 멜로드라마든 아니면 뉴욕의 상류 사회를 곧이 곧대로 묘사한 것이든, 바보 같은 이야기다.
ㅡ 『새터데이 리뷰 오브 리터리처』

『마담 보바리』에 관하여
플로베르 씨는 작가가 아니다.
ㅡ 『르 피가로』

『율리시스』에 관하여
『율리시스』를 다 읽었다. 이 소설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산만하다. 상쾌한 느낌이 없다. 허세가 많다. 상식적인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문학적인 의미에서도 상스럽다. 내 말은, 일급의 작가라면 글쓰기에 대한 존중 때문에 이렇게 속임수를 쓰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ㅡ 버지니아 울프

『햄릿』에 관하여
조야하고 야만적인 작품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라면 아무리 상스러운 사람들이라도 참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술 취한 야만인이 쓴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ㅡ 1768년에 볼테르가 한 말, 『볼테르 작품집』(1901)

『파리 대왕』에 관하여
……극도로 불쾌하다.
ㅡ 『뉴요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 관하여
……거창한 약속들과 배달되지 않은 선물들로 가득한 책.
ㅡ 『커멘터리』




『악평』에는 이보다 더 심하고, 보다 악랄하고, 작가의 노고를 망쳐버리는, 시쳇말로 요즘의 불온서적이라 느낄 법한 악평과 작가들에게 보낸 가혹한 거절 편지의 내용도 실려 있다.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공공 도서관이 『허클베리 핀』을 금서로 지정하자 마크 트웨인이 「이제 2만 5천 부는 더 팔릴 거야!」라며 기뻐했다는 '환영받은 악평'의 경우는 애교로 넘어가자. 어쨌든 나 역시 모든 작가들에게, 이 책의 편집자 빌 헨더슨이 서문에 써놓은 말을 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웃어 넘기기를, 그리고 계속해서 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