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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검은숲, 2012)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10점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검은숲


력 만점이다. 1960년대 베트남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물인데 지금 읽어도 낡은 느낌이 전혀 없는 왕도라고 할까. 속도감도 대단해서 다 읽는 데에 한 시간이 좀 안 걸린 것 같다. 그만큼 텍스트를 읽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다. 인물들의 개성도 잘 드러나 있고. 1차적인 발단은 동료의 실종이지만 그 후 주인공과 착각을 일으켜 대신 죽어간 남자의 한 마디가 소설을 이끈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이제야 탁월한 타이틀이 빛을 발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이너스 인간들의 배신과 배신, 또 배신. 외려 천진난만하게까지 보이는 리엔의 육체가 베트남이란 덩어리와 겹쳐질 정도로 모리가키를 위시해 죽은 가토리, 토, 훈, 득 등은 시스템(체제)에 휘둘린 인간들로 그려진다. 나(사카모토)는 「일생을 한 줄의 선에 비유한다면 죽음은 검은 색의 작은 종지부에 지나지 않으리라. 갑자기 찾아와, 선의 앞길을 막는다」며 극심한 정신적 금속피로를 겪지만, 얻는 것은 고작 '인간 불신'이란 것을 재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설은 국제 정세나 활극에 의지하기보다는 스파이라는 인간상에 집중된다. ……좀 극적인 표현을 하자면,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기구이며 전쟁의 피 냄새를 먹고 자라나는 기구이다. 홉스의 만인의 투쟁으로 인해 국가가 만들어졌다기보다 강력한 힘의 논리에 의해 커다란 공동체가 작은 공동체를 짓누르는 형식으로 국가의 탄생과 출현을 보는 게 적당할는지 모른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 했고 알튀세르는 「주체는 이데올로기의 호명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고메스의 이름을 묻는 자들은 과연 어느 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