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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페르소나』 그웨나엘 오브리 (열린책들, 2012)


페르소나 - 6점
그웨나엘 오브리 지음, 임미경 옮김/열린책들


㉠ 관동(觀念運動)처럼 써버리고야 마는 엇비낀 페르소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갖가지 목소리들에 의해 굳건해진 세계, '소설로 쓸 것'이란 아버지의 메시지.


㉡ 낡은 종이가 발산하는 광채는 한순간에 재탄생이란 영원성으로 변모하지만 아버지의 딸이 느끼는 내부에서의 되살아남은 과연 무엇일까.


㉢ '더 이상은' 그 누군가가 되지 않을 권리, 위험천만한 자갈투성이의 상념들, 그리고 아버지의 자식이 여기, 이렇게 남아있다.


㉣ 루 ㅡ 이름, 아버지로부터 받은 성 앞에 붙는 이름, 더 정확히 말해 아버지의 딸이 아기였을 때 그가 딸을 부르던 이름 ㅡ 의 의식을 파편으로 만들어버리는(재구성하는) 과거와 현재.


㉤ 메모 덩어리는 그렇게 역사를 쌓고, 시간을 분절하고, 영혼의 문장이 되고, 산맥을 형상한다.


㉥ 분노를 용서받기 위해 죽음의 미사로 '디에스 이레'를 선택하는 아버지.


㉥-① 디에스 이레는 '분노의 날'이란 뜻으로 레퀴엠(장례 미사)의 부속곡이다.


㉦ 쇄빙선 뒤쪽에 선 흰 염소들은 검은 양을 추방하려 하지만 오히려 검은 양은 그것을 자신으로 만든다. 아니, 또 하나의 페르소나로 만들었던 것일까.


㉧ 아버지. 그렇게 검은 양은 아버지가 된다.


㉨ 좀먹고 벌거벗어 발효된 정신세계가 진짜인지, 자유에 도취되면서 현기증을 일으키게 하는 세찬 물줄기와 같은 사유가 진짜인지?


㉩ 치킨게임처럼 달려드는 두 개의 텍스트는 별의 인도를 받아 여기까지 온 세 동방 박사의 예물 ㅡ 그 경건함을 빚어낸다.


㉪ 칸트적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아버지. 그의 내면에서 펼쳐지는 연극은 약간의 두려움을 숨긴 채 대단원을 맞으려 하고 있다.


㉫ 투실투실한 논리 ㅡ 다수는 백이고 소수는 흑 ㅡ 는, 비약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숨 막히는 사유의 흐름에 부딪고는 금세 나동그라진다.


㉬ 피안(彼岸)이 있다면 아마도 카빌리아(kabyle)일까. 그리고 바람의 노래에 실려 마침내 그 땅에 도달할 수 있을까.


㉭ 홀 한가운데 서있는 것은 아버지의 페르소나가 아니다. 그자비에이자 프랑수아이며 공허함을 적절하게 손볼 수 있는, 재주 많은 열쇠공 같은 인간 하나다.


㉭-① 이것은 딸이 아닌, '아버지'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