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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펄프, 2012)


모르페우스의 영역 - 8점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펄프


『모르페우스의 영역』의 출발점은 조금 특이하다. 여기에는 사사키 아쓰시란 소년이 등장하는데(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할 만큼 이 양반의 인물설정은 어쩐지 유기적이다 못해 '치열'하다. 게다가 이 소년뿐만이 아니라 일련의 작품에는 반복되는 인물들이 자주 나온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DVD와 함께 만들어진 소책자에서 과거의 작품연표를 작성했는데 아마도 『나이팅게일의 침묵』이란 작품에 등장했던 사사키 아쓰시의 나이가 틀어져버린 듯하다. 그럼 그를 5년 동안 잠들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쓴 것이 이 『모르페우스의 영역』 제1장이라고 알고 있다. 응? 이런 이유로 소설이 탄생한다는 건 좀 억지스럽잖아 라고 하기엔, 뒤에 가서 기가 막히게 터뜨려주고 있다(소년의 각성 과정과 부모의 이혼은 부자연스럽게 생각되지만). 어쨌든 이건 메디컬도 뭣도 아닌 (메디컬의 탈을 쓴)드라마라고 결론내리고 싶다. 자, 불치병을 앓는 소년 하나가 있다. 미래의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5년간의 콜드 슬립(인공 동면)이 결정되고 그는 수조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5년 뒤 눈을 뜨게 되고, 거기서부터 비로소 이야기가 풀어진다. 여기에 나오는 <동면 8원칙>에는 이런 항목들이 있다. 4항, 동면 선택자는 각성 뒤 1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전의 자신과 연속한 생활 또는 타인으로서의 새로운 생활, 이 양자 중에서 선택한다. 5항, 동면 선택자가 과거와 별개의 속성을 택한 경우, 이전 속성은 동면 개시 당시로 소급해 사망 선고된다. 6항, 이전과 연속성을 가진 속성으로 복귀했을 경우, 사회에 동면 사실 공개를 요한다……. 실은 이 내용이 시발점이자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동면에 빠진 소년을 관리하던 센터 직원 히비노 료코가 충격적인 행동을 개시함으로써 이야기는 급격히 바빠진다 ㅡ 이 행동으로 말미암아 『모르페우스의 영역』은 후속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딱히 할 얘기는 없다. 5년간 잠들어있던 소년이 깨어난 후의 이야기는 헤살이 되므로. 의료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 정신의 부실한 상태? 그런 걸 굳이 얘기해서 뭐하나. 읽어보면 알 것을. 하나만 언급하자면 이런 식으로 (말이 안 나올 만큼)뒤통수를 꽝, 하고 맞은 적은 최근 몇 년 들어 처음이다. 그런즉슨, 이건 다음 이야기가 꼭 나와 줘야 한다니까.



덧) 그나저나 료코가 아프리카 노르가 공화국에서 만난 영사관 의무관은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