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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숏

『진혼가』 하세 세이슈 (북홀릭, 2012)


진혼가 - 8점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북홀릭(bookholic)


좀 들어 봐, 케이크 하나가 있다 치자고. 내 생일인데도 사람들은 아무도 몰라_뭐, 깜짝 놀래 주려고 연극을 한 거지만. 난 그런 낌새는커녕 하루 종일 뭐 빠지게 일만 죽어라 하다 집에 들어왔어. 불빛은 하나도 없고 숨이 막혀서 가슴이 졸아들지_뭐야 이거, 지금까지 돈 벌어오는 기계로 살아왔는데 이젠 내 인생도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를 눈앞에 들이밀고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거야_나는 놀라서 말도 못해_너무 기뻐서. 담배 냄새가 찐득거리는 입으로 촛불을 끄고 소원을 빌지_이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게 해주소서. 모두들 케이크를 한 조각씩 먹으며 웃음을 나눠. 이제 내 몫으로 돌아온 마지막 조각_거기엔 반쪽으로 잘라진 딸기도 얹혀있어. 그런데 말이야, 웃긴 게 뭔지 알아? 그 마지막 케이크를 먹으려는 순간_누군가의 손이 쑥 나와서 달큼한 딸기만 채 가는 거야_그리곤 남은 케이크 조각에 얼굴이 박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