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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다자이 오사무 전집』 (도서출판 b, 2012)


만년 - 10점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수윤 옮김/비(도서출판b)


란하다. 이렇게 스스로를 뻔히 보이는 악덕 속에 밀어넣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하나같이 데카당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데카당이 아니다. 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끄집어내서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하다 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표현하지 않아서 데카당이 아니고, 표현했기 때문에 데카당이다. 자기변호에 서투르기 때문에 데카당인 것이다. 말하자면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자신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괴로움에 신음하는 거다. 그에게 있어 승부를 양보하는 것은 오만함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고 봐도 좋다. 몹시 답답할 정도로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외려 절실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양반다리로 으스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글 몇 줄인가를 써놓고 내심 기뻐하고 있을 따름이다. 얼마나 초라한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nevermore'라고 담담히 외치고 '엉망진창'이라고 명랑하게 외친다. 어슬렁어슬렁, 내일을 알 수 없는 스스로의 생명을 바라볼밖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군, 하는 기분이 드는 작품도 몇몇 있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나는 그냥 다자이 씨에게 샘이 났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중독 상태의 글을 쓸 수는 없다, 무자비한 생활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라고 생각했다. 또 나에게는 언젠가 틀림없이 개에게 물릴 것이라는 믿음조차도 없다.(「개 이야기」) 물론 나 또한 개를 싫어하여 그처럼 총으로 탕탕 쏴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은 있지만 저만치 개가 나타나면 지레 겁을 먹고 슬슬 피해다니기 때문에 물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더구나 항상 자살을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가 없는 상태다. 이래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어떤가. 당당히, 보란 듯이 죽음에 성공했다. 나는 영원히 이상주의자는 되지 못할 위인인가보다.





허황된 꽃. 용서하라,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어머니의 가슴은 바싹 말라, 나를 안아주는 일은 없다. 위로, 더 위로 도망가는 것이야말로, 나의 운명. 단절, 이 고통, 너는 모른다. 내팽개쳐줘, 나를. 영원히 멀리해!


ㅡ 「HUMAN LOST」




바보의 대명사다. 다자이 오사무는 바보다. 가족에게 미움 받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방법만 연구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바보 같은 그가 대변해주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자살이라는 속임수를 쓴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그 한마디로 되었다. 이미 끝난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더 끝장을 보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몰수했다. 아아, 다자이는 바보다. 자살을 일종의 처세술처럼 타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나. 예술의 미는 결국 시민을 향한 봉사의 미라고 하지 않았나. 수상한 유령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낸 말이 부조리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자신의 목숨에서조차 부조리를 낚아 올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마이너스 인간이므로 제로가 되기 위해 죽어버린 것일지도. 자신을 비웃는 건 치졸한 짓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바보 같고, 비겁하다. 비쩍 마른 약골주제에 다자이라는 왠지 싸움이 셀 것 같은 이름을 고른 것도 비겁하기 짝이 없다. 한평생 느긋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여 외려 반감을 느낀 것마저 비겁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비겁했기 때문에 다자이가 있었다. 거울을 보며 실제보다 무력하고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자이가 있다. 그렇게 다자이 오사무라는 사람이, 한때 존재했었다. 「Nevermore.」



덧) 『다자이 오사무 전집』은 전10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올해 안에 전권이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