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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GO』 닉 페어웰 (비채, 2013)


GO - 6점
닉 페어웰 지음, 김용재 옮김/비채


어먹을. 나와 내 책. 엿이나 먹어라. 그는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에 대해 짜증이 나고, 많은 책을 읽을 수 없다면 성경과 셰익스피어를 보라는 교수의 말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을 반복이라 여기며 스스로가 재수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포레스트 검프라고 단정 짓는가 하면, 도저히 진척되지 못하는 원고뭉치와 씨름하면서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포르셰를 잡고 매달린다. 또 언제나 예술의 이름으로 삶을 양보해야 하는지를 궁금해 한다. 「그런 예술은 개나 줘버리라고 해라.」 물론이다. 그러나 '그런 예술' 또한 예술이며 그 예술을 받아먹는 자 또한 예술가이다. 그자가 평범한 예술가이냐 개 같은 예술가이냐 하는 것만이 문제로 남을 것이므로. 그는 인간들이 끝없이 타락하는 광경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경우엔 토하고 싶어지지만 또 다른 어떤 때는 기뻐서 울고 싶단다. 그런 곳에서 진짜 삶을 만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진짜 삶이란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오직 개 같은 삶과 개 같은 예술만이 난삽하게 어울리고 있을 뿐인데 ㅡ 그는 자신이 소설을 제대로 끝마칠 수 없을 거라 의기소침한 감정에 빠지기도 하나 스트록스와 카이저 칩스를 듣는 것으로 보건대 끝에 가서는 멋지게 매조질 수 있을 것이다(그처럼 인생에서 괴로운 것들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공허한 감정이라면 저 두 밴드를 충분히 들을 이유가 있다). 영원히 채울 수도 비울 수도 없는 것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다면, 또 다른 기회라는 행복을 느끼려면 개에게 던져줄 것은 예술이 아니라 바로 그 값싼 행복감일 테니까. 거리를 싸돌아다니다가 문득 추워지기 시작하면 비싼 술집에 들어가 비싼 술을 마시다가 자신의 이름을 헤밍웨이라 소개하며 예쁜 여자애에게 술을 보관해달라고하면 되는 것이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그러고 난 뒤 살갗보다 마음이 더 추워졌다면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한 삶의 장소로 옮겨달라고 신을 향해 기도라도 한 자락 읊어라. 아예 그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니. 이렇듯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불분명한 미래,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 애초 글을 쓰는 동기의 부족, 포기…… 그가 집에 가서 잠을 청하며 차라리 내년에 깨어났으면 하고 바라게 하는 유발 물질은, 결국엔 이 세계에서 이물감으로 여겨지는 그 자신이다. 어떤 불리함도 상쇄시킬 수 없으니 스스로를 향해 기습을 감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타이밍에. go. 가서 계획을 실천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