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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현청접대과』 아리카와 히로 (비채, 2014)


현청접대과 - 6점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비채


설에서 이야기되는 접대과, 정말 있었다. 고치 현청 홈페이지에 떡하니 '접대과'라는 링크가 있었던 거다. 그중 업무내용이란 항목이 있기에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것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관광객 접대, 관광지 미화 작업, 관광 가이드, 통역, 관광 안내 및 유도 표지 정비 등. 『현청접대과』의 무대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도 공공성을 표방한 관청이다. '접대과'라는 다소 솔직한 명칭의 부서가 신설되지만 도대체가 이곳에 소속된 사람들은 융통성이라고는 없다. 소위 철밥통 기질이 충만한, 보신적 내용만 가득 담긴 서류뭉치와 위계체계에 찌든 공무원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목표는 현의 관광 부흥. 그러나 야심적으로 시도한 관광 홍보대사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창의성이라고는 없이 다른 지자체에서 빌려온 것이고, 홍보대사 위촉 명함을 인쇄하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소설에서 언급되는 '민간감각'의 부족이다. 단단한 수직 구조에 각 부서별 영역 주장까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그들이 시도하려는 어지간한 일들은 생각대로 쉬 굴러가지 않는다. 뼛속까지 공무원 마인드. 튀지 않아야만 살아남는다. 그만큼의 예산을 들일 정도의 여력이 없다. 상명하복. 결재가 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내게 공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으면 아예 잘라버린다……. 물론 이대로라면 정말이지 끔찍한 소설이 될 테지만, 당연히 이런 구조에 간섭하는 신선한 인력 투입이 존재한다. 바로 총무부 정보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여성의 스카우트다. 공무원이 아닌 '관청 바깥'에 있는 인물의 생각을 들어보려는 시도인데, 이 역시 꽉 막힌 공무원들이 마음을 열고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한 헛일일 수밖에 없다. 다소 젊은 마흔넷의 시모모토 과장이란 인물이 없다면 말이다. 소설을 읽을수록 이런 상사가 정말 현실에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한숨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외려 어딘가에는 이런 획일적이지 않은 사람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기분도 든다. 주인공 가케미즈도 가케미즈이지만 실은 시모모토 과장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없다면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법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서류대로 일을 진행하고 특기할만한 내용 없이 그대로 보고서를 올리는 구조, 이런 시스템에서라면 누구라도 의욕을 잃고 말 테니. ……과연 고치 현청 접대과는 행정이라는 굴레를 뚫고, 빤해 보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을까? '접대 마인드'는 그들을 '인간을 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안내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