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_롱

『상뻬의 어린 시절』 장 자끄 상뻬 (미메시스, 2014)


상뻬의 어린 시절 - 8점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미메시스


전 국내 출간된 『뉴욕의 상뻬』에서도 상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은 『텔레라마』의 편집장 겸 대표였던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였다. 그는 거기에서, 아주 미세한 것과 아주 거대한 것을 동시에 볼 줄 안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상뻬의 생각을 물었었다. 그리고 상뻬는 말했다. 전속력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속에는 어디론가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거라고, 바로 하늘에 수많은 사람들이 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궁금한 것들이 마구 생겨난다고 말이다. 「빌뇌브 생조르주에 사는 모자 쓴 저 남자는 왜 뉴기니 섬에 가는 걸까? 뉴기니 섬에 도착해도 여전히 모자를 쓰고 있겠지!」 그는 언젠가 집에서 냄비 안에 담긴 커피를 데우고 있었다. 그것은 펄펄 끓을 정도로 뜨거워졌는데, 문득 어디선가 벌 한 마리가 날아와 어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바로 그 냄비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곧 바작바작 소리가 들리더니 벌은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상뻬는 수영장에서 아주 예쁜 나비가 익사하려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학습 효과 덕분인지 이번에는 녀석을 집어 수영장 가장자리로 옮기는 데 성공하지만, 나비를 구하는 상뻬의 발에 밟혀 개미 여남은 마리와 또 다른 나비 한 마리가 압사당하고 말았다. 「정말이지 내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스스로에게 정말로 멍청한 놈이라고 아무리 비난을 퍼부어도 소용없었다. 절망감이 사라지지 않는 걸 어떡하나. 내가 느끼는 슬픔은 아주 엄청났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상뻬가 살아 온 어릴 적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는 맞춤법 틀리는 것을 싫어했고,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새 친구들을 사귀기를 꿈꾸었으며, 학교에서 클라리넷 부는 학생(그 아이는 칠판에다가 이런저런 그림을 그렸다)을 흉내 내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이런 상뻬의 인기는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올라 전시회까지 할 정도였는데 이렇게 그의 옛이야기를 엿보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며, 그의 유년 시절이 그림만큼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 또한 알 수가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어릴 적 종이나 낱장으로 되어 있는 모든 것을 돌돌 말아 손에 늘 한 줌씩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그는 그림을 말 수 있는 고무줄 또한 사랑했다). 아마도 상뻬는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느끼지 않는 유쾌한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날의 자신을 교육시킨 것은 라디오와 신문이라고, 그에게 도시란 불빛, 혼잡, 자동차, 하이힐 소리였다고ㅡ 지금의 상뻬는 엄청나게 커 버렸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여전히 그의 모든 그림 속에 파스텔처럼 녹아 있다. 아름답건, 아름답지 않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