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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쿠데타의 기술』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이책, 2014)


쿠데타의 기술 - 6점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 이성근.정기인 옮김, 문준영 감수해제/이책


평이라는 것은 가차 없고 날카로우며 무섭다. 최근 로버트 서비스가 쓴 『트로츠키』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가 권력을 장악했더라면 소련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트로츠키가 스탈린주의의 근저에 있었다고 보는 이도 있는데, 트로이카(스탈린, 지노비예프, 카메네프)와의 대립으로 보건대 이것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늘 권력의 탈취와 방어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나 뒷맛이 좋지 않은 마지막 길이 기다리고 있는가 보다ㅡ 트로츠키는 망명했던 멕시코에서 등산 피켈로 살해당했고 그 몇 년 전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는 사이좋게 총살되었다. 심지어 말라파르테는 이 책을 썼다는 이유로 고난의 유배 생활을 겪었는데, 쿠데타라는 것이 은밀하게 계획되어 기습적으로 감행되는 것이 보통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말라파르테는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칼에 찔린 것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쿠데타라는 말은 '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강타'라는 뜻으로, 영어의 'stroke of state' 'blow of state'에 해당한단다. 그러나 쿠데타의 전형적인 사례를 프랑스적 기원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반적으로 <coup d'Etat>라는 표현을 쓴다ㅡ 이 말은 '정부를 뒤집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체제 내에서의 지배자 교체가 목적이므로 피지배계급이 주체가 되어 체제의 변혁을 꾀하는 혁명과는 달리 보아야 할 것이다. 쿠데타는 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성공에 가까워지는데 군대의 동원이나 주요국가의 지지를 기초로 대통령부의 점령, 공항과 방송국 그리고 은행의 장악 등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공항 없이는 제공권이 없고 방송국 없이는 국민 장악이 없으며 은행 없이는 정부 세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21세기 정치학대사전) 지금껏 쿠데타의 역사는 꽤 많았으며 무솔리니의 로마 진군에 의한 정권의 획득이나 히틀러로 대변되는 나치스가 대표적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1961년에는, 제2군사령부 부사령관이던 소장 박정희와 김종필, 이낙선 등을 비롯해 육사 8, 9기 출신의 일부 장교들이 장면 내각의 무능력과 사회 혼란을 명분으로 내세운 5.16 군사 쿠데타가 있었다(50년대에 이미 이승만을 축출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들은 제6군단과 제1공수특전단 등을 동원해 청와대를 장악했는데, 당시 장면 내각은 재임기간 동안 수차례에 걸쳐 반란의 정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묵살했었다고 한다(그는 미국을 너무 믿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군대, 주요국가의 등장, 대통령부의 점령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말라파르테를 가시밭길로 이끈 『쿠데타의 기술』을 현대의 『군주론』이라 보기에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뛰어넘어 대체적으로 통일된 정치적, 사회적인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아마도 역사가 기술하고 있는 쿠데타(와 그 투쟁사)의 모양새라는 것이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세계는ㅡ 몇십 년, 몇백 년 사이 달라진 것이 많기도 하고 전혀 없기도 한 것이다.



덧)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쿠데타'를 검색했을 때 가장 앞서 등장하는 관련 어휘는 '군사 쿠데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