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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반란의 도시』 데이비드 하비 (에이도스, 2014)


반란의 도시 - 8점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에이도스


비의 말은 옳다. 도시는 본래 잉여 생산물이 사회적, 지리적으로 집적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도시화는 언제나 일종의 계급 현상이었다. 잉여가 어디서, 누구에게서 추출되건 그것을 사용할 권한은 소수(예컨대 종교적 과두지배자나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에 사로잡힌 전사)의 손아귀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p.28) 그런데 그 도시/도시화가, 온 지구를 덮었다. 하비가 주장하는 도시권에 대한 요구는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자본가는 일정량의 화폐를 가지고서 하루를 시작한 후 그 이상의 화폐를 챙겨(이윤을 얻어) 하루를 마친다. 여기서 '자본주의적 도시화'가 탄생한다. 아마도 도시인(특히 돈이 많은)들에게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비는 극심한 소유적 개인주의라는 신자유주의 윤리가 인격을 사회적으로 형성하는 규범으로 작용한다고 했는데, 이는 사적 소유권 자체나 사적 소유권을 신성시하는 가치관의 신자유주의적 보호는 엘리트는 물론이고 하위 중간 계급에게도 정치적 헤게모니의 한 형태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중산 계급화, 고급 주택의 건설, 도시 환경의 악화……. 그는 부르주아 이론에 통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반면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적 유물론에 입각해서 높게 치솟는 임대료와 잔혹한 약탈을 지주와 상인 자본가가 노동자 계급의 생활 영역까지 파고들어 고통을 강요하는 착취의 이차적 형태라고…….」





소비는 어떤가? 멀쩡한 제품을 고장 나기도 전에 새것으로 바꾼다. 가령 10년 쓸 자동차를 3년 쓰고 버릴 때, 소비자는 자동차 가격의 30퍼센트만 지불한 게 아니다. 100퍼센트 다 지불하고, 실제로는 30퍼센트만 소비하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70퍼센트는? 그것은 아마 기호의 값일 게다. 자본주의는 사물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한 상품과 다른 상품의 차이를 소비한다. 사물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기호를 소비한다.


ㅡ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그는 자본주의를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상품과 상품 '사이'를 소비하고 그 '차이'를 지불하기 위해 일하는 거대한 꿈의 세계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얘기해서는 다소 말랑말랑할 수 있으니 다시 하비에게로 돌아가자. 위에서 인용한 유리 같은 설명과 함께, 어쨌든 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작을 걸며)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자본가 계급의 권력이 도시 형성 과정을 지배할 능력이 있다면 '자본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은 정치투쟁과 사회투쟁 및 계급투쟁이 일어나는 하나의 장이 되어버린다. 도시를 만드는 구성 부분 중의 하나는 건설 노동자(도시 건설자)이지만 그러한 자본이 최종 소비되는 메커니즘 속에서는 이런저런 잉여 가치가 생산된다. 문제는 도시 생활의 생산과 재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의 상당 부분이 임시적이고 불안정하며 이동이 심한데다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p.225)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은 도시 전체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 ㅡ 미시적 수준의 조직에 매몰된 진보 세력(노동자협동사업이나 연대경제)을 끌어내 반자본주의적 정치를 이론화하고 실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 ㅡ 하는 물음이다. 하비는 물질적 제약을 넘어설 때 진정한 자유의 세계가 시작된다는 마르크스를 인용하면서, 반자본주의 투쟁을 위해 도시를 되찾고 조직하는 것은 그 위대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도시 네트워크를 통한 운동은 계급적 지배와 상품화된 시장의 결정이라는 제약을 넘어서 보편적인 인간성이 꽃피는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