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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아이웨이웨이 (미메시스, 2014)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 10점
아이웨이웨이 지음, 리 앰브로지 엮음, 오숙은 옮김/미메시스


니마(草泥馬)1, 욕설, 서식지와 먹이, 끝내 '조화롭게(和諧)' 되기까지의 이 신비로운 동물의 탄생과 종말, 그리고 고양이 피하기(朶猫猫), 팔 굽혀 펴기(俯臥撑)2…… 내 머릿속은 온통, 커다란 바위를 더럽히기에 안성맞춤인 계란들로 가득 차 있다(계란으로 바위치기는 무모한 일이지만 적어도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한나라 시대의 화병을 떨어뜨려 깨뜨렸고, 선사 시대 주먹 도끼에 페인트를 씌웠으며, 옛날 탁자와 사원을 분해했고, 도자기 속의 오줌 줄기에 영원성을 부여했고, 중국의 외딴곳에 사는 1,001명의 사람들을 독일의 작은 소도시로 불러들이는 등(p.16) 별별 일들을 해 왔다. 2011년 출간된 『아이웨이웨이』(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미메시스)를 통해서 익히 이 양반에 대해 알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것은 완전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이제 나는 이 에세이와 인터뷰를 손에 든 지금 그런 어렴풋함이 하나의 도상적 이미지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고 느낀다. 『아이웨이웨이 블로그』 읽기는 거의 최근 몇 년간의 중국 신문(이들을 믿을 수 있다면)의 일독과 비슷하게 여겨지는데, 인접한 아시아권 국가라는 점에서도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굴러가는' 작태와 '생겨 먹은' 모양 역시 엇비슷해서인지 나는 중국과 한국에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위 '댓글 알바 부대' 우마오당(五毛堂)을 보면서는 같은 목적으로 운영된 '십알단'과 <I DON'T NEED SEX, THE GOVERNMENT FUCKS ME EVERY DAY>라는 멋진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떠올렸고, 2008년 발생한 쓰촨 성 지진 때 학생들을 남겨두고서 쏜살같이 교실을 빠져나간 교사 판메이중(范美忠)은 범법자인 부작위범 이준석 선장과 대동소이하다. 못마땅한(상당히 자주) 법치주의라는 잣대를 들이민다면 교사라는 직업에 법적인 책무를 물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판메이중은 진실을 말했다. 「나는 자기 보호 본능이 아주 강하다. …나는 한 번도 용감했던 적이 없었고 그저 나 자신만을 걱정할 뿐이다.」 뻔뻔스런 진실과 멍청한 거짓 중 어느 쪽이 더 조롱을 받아 마땅한지는 굳이 견주어 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무척이나 끔찍하게도) 사례가 또 있다. 90년대 중국의 한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3백 명에 가까운 어린 학생들이 사망했는데, 당시 공산당 관리들이 먼저 자리를 피하는 동안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자리에 남아 있으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C 국(國)과 K 국 ㅡ 중국과 한국 ㅡ 을 같은 직선 위에 놓인 두 개의 점이라 여기지 않을 수 있겠나. (심지어 우리가 '중국 짝퉁'이라 부르는 것들도 중국 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내가 용산에서 군 시절을 보낼 적에 007가방을 펼치고 도로변에 앉아 담배를 팔던 중산모를 쓴 노인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것을 발암 물질이 잔뜩 들어있는 이상한 물건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그 담배가 가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그것을 구입했어야만 했다)







「삶이란 고무공와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차이겠지만, 그것이 당신들의 운명이요 삶의 의무이니 어떤 생각도 갖지 마시라. 그게 싫다면 그냥 바람 좀 빼시든가.」


ㅡ 본문 p.97




아이웨이웨이가 비록 건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다>와 <~가 아니다>만 있는 게 아니라 <~이거나 아니거나>, <또는>, <그 밖의>, <또한>이 함께 존재한다. 내가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아이웨이웨이라는 단어 밑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있으나 머지않아 그의 이름이 깨끗한 텍스트로 화면에 나타날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그는 때로는 삼무(三無)인 ㅡ 신분 증명 서류가 없고, 일정한 주소도 없으며, 고정된 수입이 없는 자들 ㅡ 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너진 템플레이트'를 보며 원래의 서 있는 작품보다 낫다고 했을 때는 자신의 작품에 벼락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으며, 「아름다운 꿈과 웅대한 이상을 말하는 것은 안전하다. 언제까지나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행동을 통해 그것들을 현실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마도 바로 앞에 있는 첫 번째 돌에 걸려 비틀거릴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에도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그가 무질서와 혼란, 의심, 울타리가 쳐진 자유, 개인과 집단, 서구와 물질 등에서 과연 얼마나 발을 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그가 뻔뻔스런 강도짓과 은밀한 박탈, 암울한 땅뙈기, 블로그 호스트(와 배후)와의 드잡이 속에서 정신 병원3에 가지 않고 소금 절인 생선처럼 펄떡이기를4 소원한다.





1 차오니마

중국 네티즌들이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해 정부를 비난하며 만들어 낸 가상의 동물. '풀, 진흙, 말'이라는 의미의 차오니마는 '니미씨팔'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욕설과 발음이 똑같다. 차오니마에 관한 이야기에 따르면, 멸종 위기에 있는 신비로운 이 동물은 말러 고비 사막(ma le ge bi라는 발음이 '뒈져라'와 유사)에 살며, 그 존재 자체는 민물게(河蟹)의 게걸스러운 잠식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민물게 역시 '조화'를 뜻하는 중국어 和諧의 발음과 관계된 비슷한 말장난으로, 인터넷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내용에 대한 공식적 검열이나 삭제를 에둘러 가리킨다. 게걸스러운 민물게들은 차오니마가 주식으로 삼는 '비옥한 풀(중국어 발음이 '씨팔'과 유사)'을 두고 차오니마와 경쟁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국이 이를 간파했고 차오니마와 그와 관련된 모든 언급은 삭제되고 검열당했다. 다시 말해 '조화롭게' 되었다.(p.509)


2 고양이 피하기, 팔 굽혀 펴기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와 비슷한 중국식 표현.(p.507)'


3 정신 병원

지방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불만을 품고서 중앙 정부로부터 직접 도움을 구하려고 베이징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포상금 사냥꾼을 고용했다. 이들은 정신 병원 감금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탄원서 제출을 막는다.(p.503)


4 소금 절인 생선이 펄떡인다

곤경에서 요리조리 빠져나오는 것을 묘사한 표현.(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