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_롱

『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비채, 2014)


몽환화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가 투신자살해 죽었다. 죽음의 이유가 불분명한 가운데 어느 날 그 죽은 자의 사촌 리노가 방문한 할아버지 댁에는 꽃들이 심긴 정원이 있었고, 그중에는 아름다운 노란색 꽃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하지만 수상쩍게도 그 꽃을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할아버지마저 부조리한 현장만을 남겨둔 채 살해당한다. 그리고 평소 할아버지의 꽃 사진을 블로그에 정리했던 리노에게 메일이 한 통 도착하게 된다. 「문제의 노란 꽃 사진은 지금 바로 삭제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블로그도 빨리 폐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 분자생물학연구실에 적을 두었던 노인의 식물에 대한 연구, 손녀 리노의 죽은 사촌이 몸담았던 인디 밴드, 그런 리노에게 접근해 온 괴이한 남자, 그자의 남동생 소타와 리노의 만남, 소타의 첫사랑과 그의 출생……. 이런저런 복선들이 한데 엮이는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에도시대에 존재했다고 하는 노란빛을 내는 나팔꽃, 그것이 이 소설의 시발인데, 왜 노란 나팔꽃을 지금에 이르러서는 볼 수 없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 소설이 어느새 미스터리의 냄새를 풍기며 얽히고설키는 모양을 따라가다 보면 은밀한 범죄가 근저에 깔린 새로운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독소 · 흑소 · 괴소소설』을 빼고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데, 엊그제 손에 들게 된 이 『몽환화』의 간기면을 보니 벌써 2쇄였다. 국내에 고정 독자가 많다고 하는 그의 팬들이 과연 이 소설의 평가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진다. 하나 더, 후쿠시마 원전의 이야기도 살짝 등장하긴 하지만 (아마도) 그런 쪽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天空の蜂(천공의 벌)』란 작품이 있는 모양이니 ㅡ 『몽환화』와 원전의 접점은 소타의 전공에서만 발견할 수 있으므로 ㅡ 차라리 그쪽에서 찾는 것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