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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 팀 케인 (민음사, 2014)


강대국의 경제학 - 6점
글렌 허버드 & 팀 케인 지음, 김태훈 옮김/민음사


반적으로 다소 낙관적이고 다소 보수적이랄까(너무 거시적이어서 그럴지도). 물론 현실적이기도 하다ㅡ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므로. 책은 로마의 붕괴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등을 사례로 들며 현대의 재정 문제를 꼬집는데, 일단 지금 현실을 보자.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지난 몇 년보다 낮아진 것의 이면에는 다른 거품이 있는 게 아닐까? 미국의 경기는 회복하고 있는 것일까? 달러의 노후대책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가 상승은 결국엔 착시적 허울이 아닐까? 실업자들이 경기 회복에 참여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중국이나 유로의 움직임은? 물론 이러한 물음들은 유의미해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 책에서 다루기에는 성격이 다르기도 하다. 나는 전쟁과 다툼을 넘어 경제(혹은 불황)에 관해서도 이따금씩 존 레논의 노랫말을 생각하곤 한다. 나라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죽고 죽이는 것도 없고 종교도 없이. 그러면 어떤 국가든 다른 나라에 대해 눈치싸움이나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말이 가당키나 한가, 하는 반문이 되돌아온다. 현실의 괴리를 증폭시켜 지극히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의 논의가 불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인들은 쓸데없는 곳에 돈을 쏟아 붓고 쓸모없는 것에 열을 올리며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분석하고, 쪼개고, 구축하면서 낭비한다. 경제 위기? 몰락? 당연하다. 경제는 곧 정치라는 명제 하에서는 기존의 정치구조가 옷을 갈아입지 않는 한 개혁과 타개는 없다. 세제 개혁을 통해 기업 소득에 대한 세율을 삭감하는 것이 반드시 신규 고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방끼리 토지와 기업에 대한 직접 자산 투자를 자유롭게 하는 것만이 반드시 동맹 협정과 유대라고 볼 수는 없다(그들만의 리그는 또 다른 고립자를 낳는다). 내가 처음에 낙관과 보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강대국의) 경제의 더러운 뒷면을 노골적으로는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그 패턴, 번영, 경제 불균형을 역사적 관점에서 살피는 것이므로ㅡ 로마, 중국, 스페인 일본 등의 성장과 몰락을 주시한다. 로마에서는 재정, 통화, 규제를, 과거 중국과 스페인에서는 해상 교역의 축소와 재산권을, 일본에서는 잘못된 부양책을 분석하고 있다.



현대 유럽의 경제 위기, 다종다양한 패권 다툼, 당파적 양극화, 재정 적자 등은 어느 한 국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이 경제 문제를 두 저자의 말대로 이데올로기와 정책 대립을 넘어 조금은 큰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ㅡ 이들은 고립의 위험은 얼마간 설명하면서도 팽창의 이면에는 약간 소홀한 듯한데, 그러면서 이 같은 '몰락'을 막기 위해 자유시장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거기에는 책의 제목처럼 '균형'이 반드시 들어가야 옳다(그러나 현실이 과연 그렇게 흘러가줄까?). 두 저자는 강대국 쇠퇴의 이유를 경제적 속성과 침체된 정치 체제에서 찾는다. 이를테면 과잉 팽창, 과도한 군사 지출 역시 경제의 균형을 잃게 만들 수 있으나 그것이 성립하지 않는 반례가 너무 많으므로 폴 케네디가 『강대국의 흥망』에서 주장한 제국의 과잉 팽창 요인을 제거한다(케네디 스스로도 군사력을 경제적 생산력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정치 체제가 발전하지 못하면 경제 또한 그러리라고 믿는다ㅡ 그러므로 다시금 <경제 = 정치> 혹은 <경제 ≒ 정치>라는 수식이 성립하고 '신고전'이나 '케인스'와 같은 말이 득세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제도라는 것은 경제적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체계화하는 일종의 제약이다(반대로 그 제도를 입맛에 맞추기 위해 경제적 파워(로비)를 가동시키지 않던가?). 경제력 혹은 제도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모든 것들은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고, 몰락의 증거에서 반추할만한 것을 찾아내는 작업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뜀박질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바람을 기다리는 것은 우매한 행동이다. 하물며 100달러짜리 지폐가 누군가 주워 가기를 기다리면서 길에 떨어져 있는 경우는 좀처럼 없으니까 말이다.(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