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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이종필 (동아시아, 2014)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 8점
이종필 지음, 김명호 그림/동아시아


와 같이 영화를 보았을 리 만무한 사람이라도 무리가 없고, 하물며 과학 공식 혹은 기초과학에 대한 상식이 없어도 별 탈 없을 듯하다. 굳이 해당 영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읽어봄 직한 책인 것은 물론이고. 어렵지 않게 풀어낸 글과 역시 복잡하지 않은 그림이 주는 설명만 잘 따라가면, 학창시절 느꼈던 고뇌에 찬 과학 교과서가 준 너저분함 없이 흥미로운 알맹이만 쏙 빼 먹을 수 있다. 자살행위(실제로 피겨 평론가가 이렇게 표현했다 한다)에 비견할만한 진입속도를 자랑하는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점프와 회전으로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영화 《인셉션》으로 중력과 관성과 그것들의 상쇄를, 중력이 강한 곳에서 시간이 느려지는 이유를, 왜 별빛이 일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밝아졌다 어두워지는지를, 그리고 성냥개비로 알아 본 덧차원의 개념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한때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며 읽힌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책이 그것과 같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과학과 우주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어느 쪽이든 박수를 줄 만하다. 특히 『코스모스』에 비해 이 책은 더욱 오밀조밀해서 흡사 비밀스럽고 난해한 십자말풀이를 맞닥뜨린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지금도 영화 《백 투 더 퓨쳐》의 맥플라이를 기억하고 얼마 전 완성된 모습을 갖춘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그리워하면서, SF를 우리말로 옮길 때 항상 '공상'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을 아쉬워한다. 사람들은 영화 《인터스텔라》를 두고 저 옛날 우주로 날아간 라이카처럼 주먹구구식(이렇게 표현해서 미안하지만)이 아닌 대단히 현실적이라고들 한다. 지금도 'SF'의 번역이 이상하게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책이건 영화건 보다 공상적이지 않은 형태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소설은 소설일 뿐, 영화는 영화일 뿐. 이런 인식이 갈수록 사라지고, 이야기가 현실적이지 않으면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면 그에 따른 흥미가 생겨 관련 자료를 들쑤시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는 그런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하겠다. 처음 언급했듯이 물론 나처럼 영화를 보지 않아도 상관없고 그것과 결부 짓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책을 읽을 약간의 시간만 할애하면 된다. 그러면 등가원리가 뭔지, 허블법칙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