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와 반문화』 크리스티안 생-장-폴랭 (문학과지성사, 2015)

· 책_롱 2015. 3. 5. 09:52


히피와 반문화 - 8점
크리스티안 생-장-폴랭 지음, 성기완 옮김/문학과지성사


성체제의 불평등적 문화와 모순이 반문화를 등장시킨 것일까, 아니면 신좌파의 경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반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어차피 같은 의미일지도). 어쨌든 지극히 사적이고 대안적이며 대항적인 히피가 하나의 부류 혹은 부족의 개념으로 대두되었던 것은 사회불안과 청년들의 실의에서 촉발했다ㅡ 역사와 문화가 돌고 도는 것이라면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히피들이 탄생하기 딱 좋은 시점이리라. 자유스런 옷차림과 사고방식, 섹스 또는 난교, 약물, 반전(反戰)의 아이콘, 그리고 학생과 청년. 히피(hippie, hippy)가 아무 곳에나 엉덩이(hip)를 깔고 앉는다 하여 얻은 명칭이므로 1.아무것도 하지 않음, 2.쓸모없음의 쓸모, 3.무용지물의 중시ㅡ 이러한 맥락이니 '필요' 혹은 '필수(적)'란 단어의 사용은 다소 거리끼게 된다. 물론 유행 따라가기, 시류에 편승하기, 어쩔 수 없이 따른 소비사회의 습성으로 보건대 그들은 목가적이라기보다 질풍노도의 청소년 쪽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시티를 거부하고 플라워 시티(플라워 파워)를 추구하며 집단유희, 열린 공간, 계급(화)의 부정ㅡ 그들 스스로도 그렇거니와 그들이 벌였던 모임과 회합, 축제의 성격 역시 구체적이고 육체적인 동시에 또한 소비(소모, 일회)적이어서 내부로부터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폭력과 약물, 그 인공낙원, 환각세계ㅡ 이 또한 정치적 억압과 기성문화에 저항하고 새로운 쾌락과 자유를 부르짖기 위해서였다지만 결국 폭력과 마약은 그들 자신을 현실세계에서 멀리 떨어뜨려놓는 수단으로도 작동하지 않았던가. (비틀스의 광팬이던 찰스 맨슨이 교도소에서 기타를 배우기도 했고, 그런 비틀스는 「LSD」를 불렀으며, 또한 찰스 맨슨의 성을 딴 마릴린 맨슨이 「IDLTD[I Don't Like The Drugs(but the drugs like me)]」란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도 재미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에 의하면 오렌지주스 4분의 1컵과 설탕 1컵을 마시면 LSD의 환각에서 깨어날 수 있었단다) 전립선암으로 생을 마감한 프랭크 자파, 특이하게도 베이스가 없었던 도어스, 기타 화형식을 벌인 지미 헨드릭스 등, 1967년 미국에서 팔려나간 음반의 3분의 2가 록이었다고 할 만큼 반문화(혹은 프린지컬처에서 대중문화로의 이전)를 말하며 록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고, 케루악의 『길 위에서』가 지금도 빠르고 명백히 읽히는 것 또한 청년과 해방이라는 맥락에서 버릴 수 없는 주제들이다. 그러므로 반문화가 기존의 대중문화와 대치되면서도 그것에서 얻는 이점(특히 기존 지침의 틀 위에서)이 있었고 동시에 자유를 추구하던 투쟁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영원히 뒤죽박죽이면서도 매혹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자기모순도 있었으나 다만 결과를 예측하지 않고자 했다는 점 또한 독특했다. 해방, 확산, 혁명, 부흥, 발전, 진보. 이 모든 것이 반문화의 결정(結晶)이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씁쓸한 것은, 미국(에만 한정)의 6, 70년대는 그야말로 에너지틱하고 다이내믹한 맛과 멋이 있었고, 내가 나고 자란 8, 90년대만 하더라도 꽤나 흥미로웠던 것에 비해, 밀레니엄 후 10년도 더 지나버린 지금은 영 아름답지 못한 것투성이라는 점이다.



posted by 아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