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아즈마 히로키 (마티, 2015)

· 책_롱 2015. 3. 14. 17:44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 10점
아즈마 히로키 외 지음, 양지연 옮김/마티


쪽과 서쪽 거리에, 북쪽 바다에 그리고 남쪽 섬에도 비가 온다며 블루 하츠(The Blue Hearts)는 그들의 노래 「체르노빌」에서 말한다. 그런데 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제1원전의 관광지화 계획을 들으며 레니 크래비츠의 「I Build This Garden For Us」를 떠올린다. 맥락은 젖혀두고라도 그 노랫말과 심상이 어딘지 모르게 맞아떨어진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든지 말든지, 키예프 중심부에 있는 국립 체르노빌 박물관의 부관장인 안나 콜로레브스카는 또 이렇게 입을 연다. 「영국의 물리학자 존 톰슨은 20세기 초에 이런 말을 했다. '인류는 너무 많은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와 같다. 그리고 이 장난감 놀이법을 익혔을 때에 인류는 사라져버릴 것이다.'」(p.203) 내가 만든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면 나는 거기에 쉬 익숙해져버릴 거다. 그리고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제대로 된' 사용자의 입장에 서면 곧 둔감해지고 말 것이 빤하다. 그러면 종국에는 쾅. 스스로 만든 장난감과 타협하지 못한 나는 자승자박하고, 큰일을 겪은 뒤엔 그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그 방식과 접근법ㅡ 하여 어떤 이유에서건, 아즈마 히로키가 첫머리에서 밝히듯 '관광'이란 단어에는 경박스런 이비지가 따라붙기도 한다. 체르노빌을 본받아 후쿠시마에서도 관광지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체르노빌과 달리 후쿠시마는 상처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예프의 국립박물관과 같이 체르노빌 중심부 존 ㅡ 체르노빌 사고 전 소설에서 먼저 등장한 단어로 출입금지구역과 같은 뜻 ㅡ 에도 국립공원과 박물관 등이 있다. 양쪽의 설계와 디자인을 맡은 아나트리 하이다마카에 의하면, 박물관의 외벽(위 사진)에 그려진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신의 눈이다. 봉 모양의 '빛줄기'는 우라늄 연료봉이고, 그 주위에서 날갯짓하는 것은 황새. 황새는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며 사람 가까이에 사는 성질이 있단다. 인간과 더불어 살던 황새들의 퍼덕임은, 흡사 번쩍이는 빛줄기를 피해 도망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신의 눈'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쩐지 무너진 폼페이와 다를 바 없을 것만 같다. 사고지역의 관광지화(다크 투어리즘)는 이처럼 나중에 올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목적을 담는다. 물론 이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천차만별. 잘못된 정보에 의해 공포심을 느끼거나, 관광지화를 추진하며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또 다른 모습의 환경단체들. 그야말로 '상업과 철학의 병존'인 셈이다.(p.228) 현재 체르노빌의 모습, 박물관 내에 전시된 다종다양한 묘사와 해석들, 그러한 재구성으로 말미암은 관람객의 심리적 동요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러므로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본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이긴 하나 지금의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자체만으로도 의식의 환기가 일어난다. 이 의식의 환기가 아즈마 히로키 등으로 하여금 후쿠시마 사고 이후를 고민하게끔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는 철저히 여행안내서의 형태를 취한다. 관광의 시선, 무뚝뚝하지 않으며 쉽게 단정하지 않는 즐기는 관광객. 그의 말대로 희망은 즐기는 기쁨 속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http://fukuichikankoproject.jp (원전사고에서 시작되는 문화부흥지원 프로젝트,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 채널')




posted by 아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