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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플럼 다이어리』 에마 치체스터 클락 (비채, 2015)

플럼 다이어리 - 8점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이정지 옮김/비채


해 결심. 하나, 용감해지기. 둘, 고양이 잡기. 셋, 여우 쫓기. 넷, 새로 산 장난감 망가뜨리지 않기. 다섯, 매일 밤 그들의 침대에서 함께 자기. 한 해가 지날 때쯤이면 이중 몇 가지나 이루어졌을까 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대체 이런 계획을 세운 자가 누구일까 하는 것이 궁금해진다. 이 황당무계하고 재미있는 결심을 한 주인공은 플럼이라는 이름의 개로, 『플럼 다이어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플럼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지난 일 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어요. 에마가 그림으로 살짝 도와주기는 했는데, 글은 전부 제가 쓴 거예요.」 책은 이런 말로 시작해 플럼의 소소한 생활을 그려낸다. 일전에 『콩고양이』라는 책에서 고양이를 보았는데 이번엔 개라니, 어지간히 개를 싫어하는 나로서도(뚜렷한 이유는 없는데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놓으니 거듭 개를 들여놓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나게 밀려온다(사실 『콩고양이』 때도 그랬지……). 어쨌든 개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긴 하나, 어느 책이든 안 그러겠는가, 시작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된다. <동물의 왕국>에 더빙되는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의 음성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시선으로 본 개의 시선으로 본 사람의 모습……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플럼 다이어리』는 동물의 이야기이자 사람의 이야기다. 개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은 작가의 그것과 더불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개의 습성과 행동에서 유추한 상상력의 산물로 이어지는데, 도대체가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이 과연 실제로 이런 식의 사고방식 속에서 살고 있을까 ㅡ 자신과 동거하는 사람의 감정을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만 ㅡ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리피(플럼의 여동생, 역시 개다)와 함꼐 다닐 때면 사람들이 이렇게 묻곤 한다. "어떻게 둘을 구별해요?" 그러면 에마는 대답한다. "음…… 리피가 조금 더 작고, 털에 윤기가 더 돌고……." 하지만 내 생각에 우리 둘의 차이는 그런 게 아니다. 리피는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개이고, 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개다. 그게 우리 둘의 차이다.」 자신을 가리켜 말을 잘 듣지 않는 개라니, 나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