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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어크로스, 2015)

음식의 언어 - 8점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어크로스


아.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포장지 홍보 문구에 쓰인 알파벳 수 따위를 세어보는 사람이 쓴 책을 말이다. 자, 일단 포테이토칩이다. 가격이 비싼 칩은 '더 많이' 혹은 '더 적게'와 같은 비교급 접미사, 그리고 '절대 튀기지 않은' 또는 '우리는 천연 감자의 맛을 씻어버리지 않는다'처럼 부정적 표시가 많이 들어가 있단다. 가만 보니 어느 쪽이건 타사의 제품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상품을 비교 우위에 두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그런데 심지어 이자는 회귀분석법이란 것을 활용하면서(이게 뭔지는 나도 헛갈린다) 포테이토칩 봉지에 부정적인 단어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약 10g 당 1.5원씩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도 밝혔다. 실제로 광고업자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기 위해 홍보 문구에 부정적 단어를 사용한다고는 볼 수 없으니 참으로 신기한 결과일 따름이다. 여기서 '비교'와 '부정'의 언급은 소비자를 현혹한다. 본 모델은 기존의 제품에 비해 ○○○기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이 휴대전화는 현재 최고급 사양인 타사 제품보다 □□면에서 더 뛰어납니다……. 이런 식이다(이 책의 띠지에 적힌 '7만 명이 수강한 스탠퍼드대 대표 교양 강의!'라는 카피는 물론이거니와 '△△△상 수상작'이나 '△△상 수상 작가'라는 문구는 어떨까?). 그러므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물건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는 '내가 이걸 사서 쓰면 다른 사람들과 구분이 되겠지' 내지는 '이런 건 비싸서 아무나 못 살 거야, 이제껏 시중에 나온 머저리 같은 기계들보다는 훨씬 나아' 거기에 더해 '어쩜! 이건 최고 품질의 천연재료만 사용했네?' 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산대에 그 물건을 들고 간다. 소위 '상류계급의 구별 짓기'랄까. 물론 『음식의 언어』가 비단 제품의 포장지 문구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음식의 세계지도처럼ㅡ 음식의 이름에서부터 그것의 어원을 따지는가하면 특정 음식의 유래(어릴 적 케첩이 중국어인지 영어인지 친구들과 내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책에서 확인하시라), 맛집 리뷰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는 사람들, 음식의 대중화 과정, 새로운 음식의 탄생, 상품명의 소리(발음: 전설모음과 후설모음)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누구나가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은 것에 이르기까지 대모험 혹은 파헤치기(까발리기!)를 감행한다. 대체 메뉴에 쓰인 단어가 길어질수록 음식 값이 비싸진다거나 맛집 리뷰에서 섹스 관련 단어가 많이 언급될수록 고급 레스토랑일 수 있다는 걸 누가 연구하겠느냐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ㅡ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기꺼이 권할 만한 '맛있는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물론 함께 마주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싶지는 않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