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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2015)

오베라는 남자 - 8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다산책방


긋지긋하다. 돈 안 쓰기, 고집대로 안 되면 패악 부리기. 내 할아버지와 똑같아서 더더욱 그랬다. 다만 위안이 되는 건 이번엔 현실이 아닌 소설이라는 것 정도. 오베와 내 할아버지는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경우 온갖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면서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했)다.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노인. 하나 소설 속에선 오베를 구출하기 위해 이웃들이 등장한다. 말 안 듣는 아이 둘과 아이들의 엄마, 뭐든 손만 댔다 하면 일을 망쳐버리는 남자. 그럼에도 오베라는 남자를 그악스럽게만 볼 수 없었던 건, 그는 결국엔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젠장, 끝까지 말이다. 그게 그리도 간단한 일인가? 사람 하나가 자신과 연결된 세상 하나를 통째로 가져가는 것이? 『오베라는 남자』는 읽으면 읽을수록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과도 얼추 비슷한 감상을 주기도 하는데 희한하게도 두 사람 다 스웨덴 출신이다. 그리고 양쪽 모두 유쾌하다. 배크만의 오베 쪽이 조금이라도 더 현실 감각에 가깝고 요나손의 알란보다는 더욱 확고한 신념(꼬장꼬장한 융통성 없는 성품)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유쾌하고 건강한 웃음을 주는 건 매한가지. 오베에게 그를 성가시게 하는 자들은 죄다 쓸모없는 놈팡이들이고,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은 죄다 얼간이로 치부될 뿐이다. 그리고 오베는 한시라도 빨리 죽은 아내의 곁으로 가고 싶어 한다. 자살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하지만 엉망진창 이웃들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다. 태어난 것도 타의로 시작된 것인데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59세 남자 오베.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내 할아버지는 제외하고)? 그리고 정말 그의 지금까지의 인생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그의 삶에 생긴 균열은 단지 새 이웃이 오고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