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들 -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비채 |
아버지의 일기장, 그리고 유서. 이후 어린 아들은 안면도 없는 자들의 죄를 기꺼이 뒤집어쓰고 감옥 안으로 침잠한다. 마약에 손을 대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삶이 대체 그런 식으로 촉발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성역과도 같은 가족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소니라는 이름의 어린 죄수는 스타텐 감옥 안에서 무명의 누명을 쓰며 살아간다. 그리고 시작된 고해성사. 누가 보더라도 소니는 스타텐을 벗어나기 힘들고 그 자신조차 그러한 욕망에서 비껴있는 듯하다. 이제 소니는 페르 볼란 목사가 가져온 범죄의 누명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가 준비한 선물을 함께 받아들인다. 헤로인. 그렇게 감옥에서 연명하며 다른 범죄자들의 죄를 들어주어 축복을 내리는 고해신부의 역할을 맡고, 도저히 감옥 밖의 빛을 볼 수 없는 소니에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를 고하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고해성사. 자살한 소니의 아버지가 실은 부정한 경찰이 아니라 지금의 아들 소니처럼 누명을 쓰고 살해되었다는 내밀한 이야기. 그토록 진부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한 소니의 탈옥이 이어지고, 소년은 너무나도 다른 감옥 밖의 생활에 적응하며 아버지의 진실을 향해 달음박질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이건만 알코올, 마약, 도박 등 무언가에 중독되어 평안한 삶을 저버리는 자들이 요 네스뵈의 이 소설에서도 다시금 등장한다. 애초 시작부터 핀트가 다소 맞지 않거나 망가져 있는 자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다. 시종일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설정에 약간의 위화감이 들면서도 양념 같은 인물 묘사의 기술이 그쪽의 피로감을 없애주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소니와 함께 그의 아버지와 친구였던 시몬 케파스 경정의 시선이 맞물리면서 진행되는 앵글이 계속해서 긴장감을 쥐게 하는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틀이 가리키는 '아들'의 정체는 글쎄, 책을 다 읽었지만 그것만큼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