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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시밤』 하상욱 (예담, 2015)

시 읽는 밤 : 시 밤 - 6점
하상욱 지음/예담


장난으로 그칠지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지. '시 읽는 밤'을 줄여 <시밤>이다. 노골적인 노림수. 일전에 출판사에서 '시밤'을 가지고 이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연 적이 있었는데 나 또한 <시: 시밤(발), 밤: 밤꽃 냄새…….>로 응모를 했으니 이 역시도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재미라고 한다면 그런 식으로 봐 줄 만도 하다. 이 세계에 좋은 책은 많지 않아도 나쁜 책은 없다던 말이 떠오르긴 하나(심지어 온전히 맞는 것도 아니라도 생각한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차는 차치한다 하더라도(혹은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독자에 따라 흥미가 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반드시 개입하는 거다. 『시밤』은 제대로 된 시집이 아니다. (온라인 서점에 등록된 서지정보에 의하면 '시' 카테고리에 속하긴 하지만) 아니, 차라리 자유시라고 넓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제대로 된'이라는 말은 뭘 의미하는 건가? 각 시마다 제목이 있고ㅡ설령 '무제'라는 제목을 붙인다손, 몇 개의 행으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때로는 산문처럼 다소 길게 늘어진 문장으로 구성되기도 하는, 소위 종래의 시, 익히 접하고 읽어 온 시의 형태를 의미하는 건가?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제대로 된 시집이 아닐 것이며, 더욱이 전체적인 틀로 보건대 수첩에 적어놓은 문득문득 떠오른 이런저런 생각들의 집합에 불과할 거다. 더불어 나는 이런 구분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기도 하지만 『시밤』을 시집으로 받아들이기엔 다소간의 불편함을 느낀다. 나쁜 책은 아니다. 그러나 내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내용을 양껏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하지만 독자에 따라 흥미가 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니 『시밤』이 완전한 혹평을 받든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재미있게 표현 했다는 이야기를 듣든, 어느 쪽이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다른 독자가 어떤 감정을 느꼈건 간에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으니. 그러나, 그래서, 내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다. 의견 보류이거나 판단을 잘 내리지 못하겠어서이거나(그게 그거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