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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천계 살의』 나카마치 신 (비채, 2015)

천계살의 - 8점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비채


카마치 신이다. 또. 더군다나 지난번의 『모방 살의』에 이어 다시 한 번 서술트릭을 사용하며 여지없이 작가와 편집자가 등장해주시고 있다. 이번엔 추리소설 현상공모에 입선한 신진 작가 야규 데루히코가 잡지 편집자에게 소설 게재를 부탁, 자신의 원고를 범인을 알아맞히는 릴레이 소설이라 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문제편'을 집필하고 다른 작가가 '해결편'을 집필하는 방식. 이미 전작의 학습효과가 발휘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쯤 되면 야규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대강 감이 잡힌다. 실제로 벌어진 모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작가가 미완성의 소설을 발표해 범인을 구석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의도. 『모방 살의』의 반복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과는 달리 이야기의 진행은 조금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온라인 서지정보에도 등록된 바와 같이 『천계 살의』에는 가출한 지 나흘 만에 살해된 여자,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수상쩍은 단서들과 도박판에서 발생한 거액 등이 양념처럼 들러붙어 있는데(결벽증이 심한 사람이 맨손으로 초밥을 집어 먹었다는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단초도 있다), 특히나 에도가와 란포가 구분했던 범죄의 동기들 중 요즘 들어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상심리도 (작게나마) 간여하고 있어서 반가운 점이 있었다(구태여 적자면 그가 구분한 범죄의 동기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먼저 감정(연애, 원한, 복수, 우월감, 열등감, 도피 등), 사욕(물욕, 유산 문제, 자기 보호 등), 이상심리(살인광, 변태심리, 예술로서의 살인, 각종 콤플렉스 등), 신념(사상, 정치, 미신, 종교 등에 기초한 범죄)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모방 살의』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평을 하고 싶은데, 전작이 직접적이고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천계 살의』는 그보다 복합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헛갈리고 어지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완성의 소설과 더 미완성의 소설(!)>, 바로 이 아이디어가……. (기막힌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