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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스콧 스토셀 (반비, 2015)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8점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반비


캉탱이 토악질을 하건 말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거다. 그들 스스로가 참을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말이다. 나도 한때 조울증 비스름한 뭔가를 겪어본 적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아니면 순전히 내 착각에 의한 것이었을 수도). 내가 조울증을 앓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당시 들었기 까닭인데, 정말로 나 자신이 양극성 기분 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그런 자각은 불가능했을 것만 같다. 여하튼 세계가 날로 달라지는 만큼 새로운 질병이나 장애도 매일매일 생겨난다. 육체적이든 비육체적이든 간에(불과 30년 전만 해도 불안이라는 병명은 존재하지 않았단다). 불안을 다루는 이 책에는 아주 간단하고 실생활에 밀접한 사례가 있다. 두려움이 설사를 일으킨다(두려운 감정이 배 속의 열을 높이므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어마어마한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나도 모르게 배탈이 난 것마냥 아파올 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런 상황을 설명한 듯하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리라. 책은 물론 이보다 훨씬 심각해 보이는 사례들로 채워져 있는데, 어쩐지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문장 사이에 '불안과 함께'라는 말이 삽입되지 않으면 안 될는지도 모르겠다. 건강, 돈, 일, 죽음, 부상, 성격 등등 셀 수도 없이 불안과 공포증을 유발하는 걱정들이 우리로 하여금 전전긍긍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는 하나 어디 그게 쉬 극복되랴(인간은 상상력 때문에 비겁해진다더니!). 애초 불안은 우리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발생할 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구태여 불안감을 자초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일이라면 굳이 그 일에 이런저런 상상을 덧붙여 공포스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내 생각에 따라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일이 바뀔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심지어 아직 오지도 않은 두려움 때문에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뭐든지 적당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특히 아직 닥쳐오지 않은 일로 인한) 불안에 대한 것만큼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실제로 책을 다 읽고도 불안증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쏭달쏭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상당히 유효할 것이다. 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