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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셜록 : 크로니클』 스티브 트라이브 (비채, 2015)

셜록 : 크로니클 - 8점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비채



록 차기 작을 기다리면서 다시금 생각한다. 바로 직전, 그러니까 지난해 방영된 세 번째 시즌은 이전에 비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예의가 없었다고. 전혀 다른 제작진이 연출했다고 여길 만큼 시즌1, 2와는 맥이 풀릴 정도로 판이했고, 다른 시청자들이 어떻게 느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도대체 이 드라마가 셜롬 홈스를 다룬 것이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지난 『셜록 : 케이스북』이 두 번째 시즌이 끝난 뒤 출간되었다면 이번 『셜록 : 크로니클』은 고작 하나의 시즌을 넘기고서 바로 등장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나 있을까. ……그런데 있었다. 무척 많이. 「베네딕트의 어머니는 아들의 코가 셜록과 아주 달라서 셜록이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더군요.」 프로듀서 수 버츄의 말이다. 책 읽기를 막 시작하자마자 이런 이야기가 쏟아지다니ㅡ하긴 내 아버지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얼굴을 두고 '마귀같이' 괴상하게 생겼다고 말씀하셨다. 배역이 인물을 만들기도 하고 인물이 배역을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컴버배치의 셜록 역할 말이다. 이제 와 말이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불안하고 꽉 막힌 목소리와 빠른 어투가 대단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거다. 범죄자를 찾아내고 그들의 범행 방법을 추론하기는커녕 외려 그 자신이 범죄 집단의 일원처럼 보이는 희한한 사회성을 지닌 인물. 원작 소설을 읽을 적에는 홈스가 이렇게까지 이상한 인물일 거라는 상상은 그다지 하지 않았었는데, 드라마 《셜록》을 보고 나서는 시쳇말로 참 '병맛 홈스로구먼' 하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시청자의 입장에 선 나로서는 이점이 주효한 것만 같다. 꼼꼼히 따져보면 드라마 속의 홈스는 붙임성도 없고(마이너스라고 해야 할 것만 같지만) 인간관계에서조차 '기호'가 너무 극단적으로 나뉘며 생활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 제멋대로인 예의 없는 남자인데, 이런 자가 머리만큼은 비상하게 좋아서 추리소설의 탐정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컴버배치는 코가 크지 않았는데도 21세기의 셜록이 되어서 기존의 청사진이랄까, 우리가 여겨왔던 셜록 홈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웃기는 곱슬머리까지).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니 『셜록 : 크로니클』은 전작과는 달리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탄생했다기보다 새로운 다음 시즌이 곧 다가오고 있다는 예고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셜록 : 케이스북』을 읽지 않았어도 전혀 지장이 없을 거라는 점에서 또한 좋고, 무엇보다 월등히 많아진 분량과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