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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중앙books, 2015)

어쩌다 한국인 - 8점
허태균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국인들은 주체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만족시킬 만한 존재감과 자율권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 이는 허태균의 말이다. 주체성이 강하다는 맥락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긴 하나 이는 대체로 맞는 말인 것 같다(국민의 대표는 해당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여기에 부연하자면 우리는 흔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을 때, 혹은 총리나 장관의 청문회를 볼 때, 꼼꼼하게 따져본 후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프로필이나 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라도 찾아보는 데 시간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물건을 고르거나 쇼핑할 때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p.111) 더 우스운 건, 허태균의 무참한 찌르기다. 바로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힘들고 고생스럽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만큼 후일에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거라는 믿음. 그러나 이는 곧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짓일 수 있다는 착각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어쩌다 한국인』은 소제목으로 보건대 꽤나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요모조모 따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보다는 다소 큼직큼직하게 훑는다. 허태균에 따르면 오랫동안 누적된 좌절이 가족확장적 한국 사회에서 향해 갈 곳은 하나다. 바로 정부와 그 대표인 대통령.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은 단지 행정부의 수반이 아니며, 가족확장적 한국인들에게 대통령은 곧 어버이와 같은 존재처럼 여겨진다.(p.153) 나는 이 점이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데,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대통령이건 어느 자리에 있는 사람이건 간에 사사건건 나를 비롯한 우리가 나서서 입을 열 수는 없으므로 그저 나/우리의 대리(혹은 용병이랄까)를 선출해 놓았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감시, 감독과 함께 응원과 채찍을 항시 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책의 말미에 들어서면 저자의 단정적 문장이 드러난다. 과연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문제.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바로 인간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한국 사회는 그걸 모른다고. 그야말로 호기롭게 시작해 문드러진 마음을 후비다가 끝에 가서는 한숨만 나온다. '어쩌다'라는 부사가 '어쩌다' 제목에 낙점되었는지, 하, 그것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