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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인체 모형의 밤』 나카지마 라모 (북스피어, 2009) 인체 모형의 밤 -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나카지마 라모식 진수성찬. 세이초나 하루키처럼 라모의 글을 마주하면_오호, 역시 라모인가_하고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다. 책은 호러를 얘기한다기보다 인간을 얘기하기 위해 그저 호러라는 형식을 빌려왔다고나 할까. 각 작품의 끝에 가서_뭐야 이건, 대체 왜 결말이 이렇게 돼버린 거지_하고 애면글면 머리를 긁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으니 됐잖아' 식으로 후루룩 읽어버리면 된다. 더보기
『전화』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 2010) 어디선가 등장하는 현재시제의 문체는 날것 그대로의 표현이며, 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전체적으로 불안한 영혼들의 불완전한 이야기. 옆구리를 툭 치면 활자화된 단어들이 눈에 보이게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은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단편집 『전화』. 그런데 아뿔싸, 나는 절대 함정에 걸려들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도 그에게 빈틈을 보이는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그의 언어는 포물선을 그리며 도망갈 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머리 위를 향해 내리꽂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글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이 '나 역시 누구나 쾌락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그 쾌락의 진원지가 상대방의 고통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쓴 부분을 기억해내기에 이른다. 왜냐하면 『전화』에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