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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송어낚시

『변경 지도』 이상엽 (현암사, 2014) 변경 지도 - 이상엽 글.사진/현암사 어젯밤 뉴스에서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보았다. 오체투지 농성을 벌이는 그들의 머리 앞을 경찰들의 발끝이 저지하고 있었다. 그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년이 넘는 투쟁 끝에 사측과 정규직 복직 합의를 했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일과 월급을 주지 않았고 꼭두새벽에 몰래 사무실을 이전해버렸다. 빚쟁이 등쌀을 떨어내듯 회사가 노동자들을 피해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변경 지도』를 쓴 이상엽의 앵글이 그들을 찾았음은 물론이다(그가 톺은 사진과 글은 때로 육화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그가 말하듯 돈으로 점철된 장밋빛 미래는 그저 겉으로 드러난 빛깔만 아름다웠을 따름이다. 상식적이고 사전적인 의미와는 달리 비자연적 변경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만이 어렴풋이 드러날 뿐, 예쁘장하게 꾸며.. 더보기
『미국의 송어낚시』 리처드 브라우티건 (비채, 2013) 미국의 송어낚시 -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비채 내가 아는 어떤 남자는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으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다. 란 제목의 이 곡은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칠레 민중의 저항 가요로 널리 불린 노래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로부터 발음하기도 힘든 노래 제목을 들은 이후, 나는 줄곧 이 곡을 mp3플레이어에 넣어서 듣곤 했다. 개정판으로 출간된 브라우티건의 소설을 새로이 읽으니 어딘지 모르게 그 남자의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인텔리겐치아나 혁명 따위의 단어를 늘어놓지 않더라도, 이 작품이 실은 전혀 목가적이지 않다는 것을 저 칠레 민중의 노래가 반증하고 있으므로. 더군다나 여기에 시종일관 간섭하는 것이 바로 '송어(낚시)'의 정체와 의미인 것인데, 어쩌면 이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