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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뿔』 조 힐 (비채, 2012) 뿔 - 조힐 지음, 박현주 옮김/비채 먼저 패닉의 「뿔」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간지러워서 뒤통수 근처를 만져보니 뿔이 하나 돋아났네, 이쯤은 뭐 어때 모자를 쓰면 되지 뭐, 직장의 동료들 한마디씩, 거 모자 한번 어울리네, 어쩐지 요즘엔 사는 게 짜릿짜릿해,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란 이렇게나 즐거워……. 이에 반해 조 힐에게 돋아난 뿔은 위치도 다르거니와 게다가 패닉의 경우처럼 낭만적이지도 않다. 어쩐지, 빌어먹을 『말벌 공장』 같은 책이다. 아, 뭐 그렇다고 정말 '빌어먹을 뭣 같은 책'이란 건 아니고. 그럼 뭐가 문제냐. 종교적 해석? 프로이트 대입? 상징에 또 상징? 맙소사. 이 소설을 읽으려면 정신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다. 주인공 이그가 태생적으로 트럼펫을 불 수 없게끔 설정된 상.. 더보기
『삶과 죽음의 시』 아모스 오즈 (열린책들, 2010) 아모스 오즈의 『삶과 죽음의 시』. 머리가 아프다. 상상인지 현실인지 심지어 아직도 모르겠다. 아직도 상상인지 모르겠다. 현실인지 심지어 모르겠다. 모르겠다 나는 심지어 아직도. 주인공 '저자'가 뿜는 끝없는 상상의 똬리는, 도중에 멈출 수 없는 사정(射精)과도 같이 거침이 없다. 그런데 실제 ㅡ 실제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하면, 나는 심지어 아직도 모르겠다! ㅡ 로는 세피아 빛 사진의 시대에서 온 사진사처럼 셔터를 눌러 유령으로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p.128). 마술적 허구주의나 난폭한(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텍스트는, 이 작품을 더욱 가볍거나 더욱 무겁게 혹은 대상을 관통하거나 속박된 시(詩)를 표방한다 ㅡ 영화 《스내치》에 등장하는 후, 하고 불면 사라지는 브릭탑의 돼지우리처럼. 아니.. 더보기
『햄버거에 대한 명상』 장정일 (민음사, 2002)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장정일 지음/민음사 고삐리 시절 처음 읽은 뒤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또렷이 남아 다시 구입_거의 10년 만에 다시 느끼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에 대한 명상. 어떤 말로 표현해도 항상 '과잉'이란 단어를 붙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작품들. 우월감과 열등감_주저하게 만드는 것들_해체와 파괴_미끄덩거리는 싼 티_쓰레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재치_세상 끝남에 대면한 어린이_정신병과도 같은 이율배반_뷰티풀 판타지에 대한 찬양_그리고 개새끼/개새끼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