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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외딴집(전2권)』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2007)



가 한효석의 「감추어져 있어야만 했는데 드러나고 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 시리즈 ㅡ 찾아보고 놀라지 말라 ㅡ 는 인두겁의 사회 · 문화적 징표를 보여준다. 각 작품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감추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쓸데없는 피부’에 대한 것만은 동일하다. 다음은 한효석 작가의 말. 「5밀리미터만 벗겨도 우리는 고깃덩어리다. 부와 명예를 가졌을 때에 자신을 신격화하고 착각하며 남을 지배하려 하다 보면 동물들 사이에서는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루미의 바다에 토끼가 날면서부터, 이 고깃덩어리들 사이의 카드놀음이 시작된다. 드라마틱하다는 건 이런 거로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가가 님의 신비가 끝내 신기루로 남을 것임을 짐작했을 땐 좀 너무하다 싶었지만 어차피 그보다는 ‘가가 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니까 뭐 그쯤은 봐주기로 했다(봐주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말인즉슨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낸 셈. 홑 떨어져있는 가가 님임에도 마치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데, 오히려 외딴집을 둘러싼 바깥의 외딴집들이 더 두려움에 떨게 되고 ― 우사나 호가 시도하는 선문답은 좀처럼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으면서 마루미의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진다. 그리고, 적어도 라스트신을 향해 갈 때에도 와타베와 우사는 살아있어 주길 바랐으나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었다. 이래서는 ‘민폐 가가’다. 그 때문에 와타베의 르상티망이 과연 제대로 결실을 맺은 것인지, 우사와 호의 텔레파시가 제꺽 잇닿아있긴 한 건지도 의문스러워진다.



비는 누구의 머리 위에나 똑같이 내린다. 하지만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ㅡ 하권 p.338



읽어보면 알겠지만 『외딴집』은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할 때 그 일상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러니까 당연히 주어진 시대를 백그라운드로, 연기하는 건 개개인이. 그런데 이따금 이 작품을 두고 쉽게 읽을 수 없다는 얘기를 주워듣는다. 에도 시대의 어려운 관직명 때문일 수도 있고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변죽만 울리는 가가 님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얘기들은 작품을 읽을 때의 노선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듯싶다. 초반부터 시작되는 잠잠한 드잡이를 맛보고서도 이런 소리가 나올까. 게다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어떤 현대 스릴러물에도 뒤지지 않는 박진감도 엿보이는데 말이지, 그리고 감동도. 앞서 언급했듯 ‘드라마틱하다’는 건 ― 여기서의 방어기제 ― 호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맑음(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호를 보면서, 호의 얼굴 위로 치매에 걸린 우리 할머니가 겹쳐졌다)이 외딴집과 마루미를 무대로 한 수수께끼 같은 원흉에 대립항으로 작용하면서 만들어지는 애달픔에서 파생된다고 본다. 그럼으로 ‘민폐 가가’에서 ‘신(神) 가가’로의 자연스런 연착륙도 이루어진다. 여전히 마지막 맺음은 슬퍼서 싫지만…… 아 씨, 눈물이 다 나네.


덧) 원제 『孤宿の人』의 '人'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마루미에 내리던 비는, 이제 조금은 그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