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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뿌리 깊은 글쓰기』 최종규 (호미, 2012)


『뿌리 깊은 글쓰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에는, 나는 100%까지는 동의할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좋은 말 ․ 올바른 말을 이해하고 알고 있으면 된다는 거다. 사실 책에 나온 대로 모든 말을 억지로 고치게 되면 굉장히 어색할 때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뿌리 깊은 글쓰기』를 읽으며 아, 앞으로는 이렇게 고쳐 말하고 쓰는 게 맞는 거고 당연히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는 게 아니라, 우리말의 뿌리를 알고 바른 표현을 습득해 그것을 인식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본문에서 ‘나무 벤치’를 ‘나무 걸상’으로 다듬는 부분. 당장 이렇게 바꿔버리면 혼란스럽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의미가 잘 흐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저러저러한 ‘미국말’은 이러이러한 우리말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정도만 알고 가면 되겠다. 물론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도 있고 거부감 드는 설명도 있다. 「저 같은 사람들이야 ‘싱글 맘’이나 ‘싱글 대디’가 낯설 뿐 아니라 낯부끄러운 낱말이라 느끼지만, 이 나라 구석구석 이 낱말이 두루 퍼집니다. 이 낱말을 쓰는 분들은 더없이 당차고 떳떳하며, 영어로 가리키는 당신들 이름이 번듯하다고 느낍니다.」(p.185) ― 바로 이 부분, 첫 문장은 아무렇지 않게 읽었지만 그다음 말이 우습다. 대체 누가 당차고 떳떳하며 번듯하다고 느끼는가. 물론 그런 이들도 있겠지만 ‘싱글 대디’를 ①아버지와 아들네 ②아버지와 딸네 ③아빠만 있는 식구들, ‘싱글 맘’을 ①어머니와 딸네 ②어머니와 아들네 ③엄마만 있는 식구들, 이렇게 바꿔버리면 지금으로선 어색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우리말 표현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기는 버거워 보인다. 그럼 무조건 짧고 간편하게만 고치면 뭐든 괜찮다는 거냐, 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취지도 알겠고 이해도 되지만 용납되지 않는 부분은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앞서 말했다. ‘이해하고 알고 있으면 된다’고.


참 좋고 흥미로운 책이며 아, 그래, 잠깐만 생각해보면 예쁜 우리말이 있었지,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부분적으로 왠지 강요당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그러나 화내기 전에 생각해보자. 나는 ‘우리말’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