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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검열에 관한 검은책』 에마뉘엘 피에라 外 (알마, 2012)





한국이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선정한 ‘인터넷 감시국’에 4년 연속 선정됐다.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와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 등이 침해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나는 꼼수다’에 대한 법정소송 등을 선정이유로 꼽았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12일 연례보고서인 ‘2012년 인터넷 적대국’을 발표했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 명단인 셈이다. 가장 검열이 심한 인터넷 적대국에는 북한, 미얀마, 중국, 쿠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베트남 등이 꼽혔다. 한국이 포함된 ‘인터넷 감시국’은 적대국보다는 한단계 낮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국가들을 뜻한다. 이집트, 러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프랑스 등도 인터넷 감시국에 포함됐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이래 계속 우리나라를 인터넷 감시국으로 지정해 왔다.

기자회는 우선 급증하는 온라인 게시물 삭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북한과 관련된 온라인 게시물 삭제요청은 2009년 이전 연평균 1500건에서 2010년 8만449건으로 훌쩍 뛰었다. 기자회는 삭제 요청을 하는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불투명성도 지적했다. 2011년도 들어 9월까지 150건이나 되는 이적표현물 관련 수사 건수에도 우려를 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북한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RT)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정근(24)씨 사건이 꼽혔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문제에 대한 인터넷 검열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인터넷 감시국 선정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지난해말 위헌 판결이 난 트위터 선거운동 규제와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법정소송에 휘말린 김어준씨 등 나꼼수 멤버들의 사례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난 달 실린 한겨레신문의 한 기사다. 빅브라더건 파놉티콘이건 뭐건 간에, 정말 지긋지긋하게 많이 들어온 말이다. 언론과 책을 비롯한 텍스트, 영상물, 노래, 그림 등에 대한 검열이 뭐 하루아침의 일이던가 ㅡ 아직까지 '불온서적'이란 게 있을 정도니. 한국사회는 특히 자기검열을 의심하는 타자검열이 판을 치며 서로 드잡이를 하고 있다. 인터넷의 기사를 삭제하고 방송에 나온 출연자를 '아웃'시키는 일은 이런 축에도 못 끼는 듯싶을 정도다. 어두운 군부독재를 거쳐 이제 숨 좀 쉴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찰나 SNS에 불어닥친 검열의 폭풍과 인격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작태를 보라(물론 자기검열이 모든 것 위에 있다고 여기지 않으며, '그것만이' 올바른 해답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책으로 돌아가서 보자면, 무척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출판물과 영화산업의 검열, 광고심의, 인터넷의 자기검열, 종교적 모독과 관련된 검열과 소송 등 온갖 검열에 대한 것은 모두 들어있다. 물론 해결책은 쉬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검열을 위한 검열이란 어불성설이다. 이 『검열에 관한 검은책』의 서두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들이 그것을 ㅡ 이 책의 모든 것을 ㅡ 설명해준다.





불온한 서적들은 금지시키거나 유통을 제한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무런 예외 없이 모든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대신 경고나 서문, 반대 의견을 끼워 넣으면 된다. 「이 책은 그릇되고 천박한 반유대주의적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고 곧장 자살이나 살인을 저지르면 안 됩니다. 다른 해결책도 있습니다. 저희에게 연락주시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