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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리브 바이 나이트』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2013)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 8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 Eternal Morning 「City That Never Sleeps」



군가는 루헤인의 『운명의 날』을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돈 윈슬로를 떠올리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실은 양쪽 모두 읽지 않아도 『리브 바이 나이트』 읽기는 가능하다. 루헤인 스스로 작가가 된 이유를 주인공 조가 무법자가 된 이유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데 나는 그 의중을 어림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밤의 규칙이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질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리브 바이 나이트』의 주인공은 커글린 가문의 막내아들이며, 전작 『운명의 날』에서는 장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거기다가 이것은 3부작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렇다면 후속작에서는 차남이 주인공으로 등장할까? 글쎄. 도스토예프스키의 삼형제도 그만하면 되질 않았나. 어차피 이 소설에는 돌격대 같은 남성/남성성의 묘사는 없다. 먹고살아 보려는, 자수성가를 원치 않는 비열한 자들이 난무할 뿐. 외려 그라시엘라라는 전업주부와는 다른 여성의 존재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거다. 에마 굴드? 그녀에겐 앨버트의 하얀 모자나 씌워 주길 바란다. 그녀는 찰스타운 출신 ㅡ 아예 그곳을 배경으로 삼은 척 호건의 『타운(Prince of Thieves)』이 있을 정도다 ㅡ 이라는 것만으로도 유령 같은 굴레에 속박되어 있는 셈이니까.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로 유명한 레너드 카수토의 말을 앞뒤 다 잘라내고 들어 보자. 그에 의하면 요부는 단순히 제어되지 않은 여성 성욕의 위험뿐만 아니라 훨씬 넓고 다양한 종류의 공포에서 창조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요부는 전통적 낭만 서사의 구조를 위협하거나 이야기 구조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하지만,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에마보다 더 요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경찰서장의 딸이자 제자리를 잃은 여성인 로레타 피기스에 다다라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사람들의 나약한 마음…… 그러니까 게으름과 음주와 추악한 탐욕을 악용하지 않나요? 다행히도 이제 죄악에서 자유로울 수 있답니다.」 과연. 그녀는 끝에 가서 조로 하여금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성취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인지 종국에 힘이 조금 빠진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 그런 종류의 위선은 이미 시작부터 점칠 수 있었던 것이므로 (다소 꺼림칙하지만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깨끗이 무시하기로 한다. 조는 밤(night)을 동경하고 있었기에 그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할뿐더러 음지에서조차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자로 묘사된다. 그러고 그 빌어먹을 시계…… 아버지가 남긴 조금씩 늦게 가던 시계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탐닉하려는 자들에게는 쥐약임에 틀림없었다. KKK 단원 RD 프루잇의 칼에 맞았을 때 그대로 죽었다면 영원히 주류로 남아 로레타의 아버지로부터 참회하라는 말은 듣지 않았을 테니.



사족) 책 뒷날개에서는 루헤인의 국내 출간작들을 볼 수가 있는데 희한하게도 『운명의 날』은 없다.



▼ Eternal Morning 「Father's 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