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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위험한 패밀리』 토니노 베나키스타 (민음사, 2014)


위험한 패밀리 - 6점
토니노 베나키스타 지음, 이현희 옮김/민음사


찮은 인간이여, 너를 지켜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너의 착각이다…… 게다가 너를 해치려고 하는 우리 수는 차고 넘친다…… 누가 너와 네 단란한 가족을 염려해 준단 말인가? ㅡ 만초니의 독백이거나 훗날 다시 쓴 회고록의 일부이거나. 나를 지켜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건만 그렇다고 마피아들의 손 위에서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가? 내가 보기에 『위험한 패밀리』는 당연할 정도로 그 형태를 바꾸었다. 누가 이것을 소설 속 텍스트로만 읽고 싶어 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작 쪽을 택했다. 영상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마피아, 마피아…… 마피아(mafia)라는 단어의 유래는 애매모호하다. '대담한 사람'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찾는 이도 있고, '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 즉 '프랑스에게 죽음을, 이탈리아는 외친다'라는 문장에서 찾는 이도 있다. 또 누군가는 프리메이슨 계열의 비밀 단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마피아라고 하면 으레 시칠리아를 떠올릴 텐데, 마피아란 그곳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며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 나아가서는 그들(만)의 도덕까지 아우르는 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그들은 가족(family)인 것이다. 본래의 제목 '말라비타(malavita, 소설 속에서 만초니가 키우는 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올 때 '위험한 패밀리'로 바뀐 것이, '패밀리'라는 단어를 두고 단순히 한 가정을 이르는 의미로 해석한 것에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작품에서도 마피아를 가리킬 때 5대 패밀리 등으로 명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오메르타(omerta)를 깼다. 오메르타란 무엇인가. 마피아 계율 중 하나로, 마피아들이 조직원이 될 때 하는 선서이다. 이 침묵의 계율은 어떤 상황에서도 법의 권위에 호소하지 않고 범죄 수사에 절대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초로 하며 '어길 시 곧 죽음'이라는 절대 가치를 지닌다(p.109). 실제로 시칠리아에서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나 그로 인해 벌어진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이나 관리에게 문제를 호소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만일 자기의 아버지가 피살되었고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다 하더라도 살인자를 당국에 고소하지 않았다. 직접 복수에 나서거나 그 마을의 권위 있는 자에게 도움을 호소한다. 여기서 권위 있는 자를 가리키는 단어가 바로 '마피아'다……(안혁 『마피아의 계보』 살림, 2003). 소설은 이 오메르타를 깨고 검찰 측 증인인 전향자가 되어 FBI의 보호를 받아 이주한 조반니 만초니 가족이 중심이다. 그러나 이것은 마리오 푸조의 소설들처럼 느와르나 스릴러의 빛을 띠지는 않는다. 거들먹거리는 배관공이 아니꼬워 그의 팔뚝을 망치로 뭉개거나 미국인들을 뒤에서 욕하는 슈퍼마켓 직원에게 복수하려 건물을 날려버리는가 하면, 마을의 식수를 오염시킨 공장을 통째로 없애버리는 등 그들을 보호해야 할 당국으로 하여금 보호는커녕 외려 달래야 할 지경으로 몰아간다. 그러던 중 만초니 가족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곳에서,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실타래를 줍게 된 조직원들의 눈에 띄어 위험에 처하고 만다. 『위험한 패밀리』에서 마피아는 총을 든 채 협박과 위협을 일삼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단지 생활고에 찌들었을 뿐인 우스꽝스러운 가장으로 등장한다(영화 《간첩》의 남파 공작원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첫머리에도 썼듯 만초니의 낮은 독백,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인간은 과연 폭력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 ㅡ 그의 아들 워런마저 학교에서 소(小) 마피아가 되어가는 현실 ㅡ 에 대한 물음이라면 나로서는 적절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아마도 존 도커가 그러모은 『폭력의 기원』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싸움을 좀 했습니다. 말보가 이것이 쉽더라고요. 싸움을 하다 보니 따르는 놈, 비슷한 놈 몇몇이 생기지요. 그래서 그놈들이랑 같이 만나서 밥 먹고, 상의도 하고 싸움하기 전엔 작전회의도 좀 하고 그러지요. 그랬더니 그걸 보고 조직폭력배라고 그러데요. 깡패가 된 거지요……. 그런데 그거 아쇼? 인류가 시작되고 가장 오래된 학문이 군사학이고 싸움하면서 편을 나눈 집단이 가족보다도 먼저 생겼다는 거. 다른 말로 하면 조직깡패지요. 이조시대에도 있었고 로마시대에도 있었고요. 사람 사는 곳에 없어지지 않고 늘 있는 거…… 나 하나 제친다고 이것이 정리될 것 같아요?


ㅡ 『장진 시나리오집』 中 《공공의 적 1-1 강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