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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석유, 욕망의 샘』 김재명 (프로네시스, 2007)


석유, 욕망의 샘 - 10점
김재명 지음/프로네시스(웅진)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고,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전용기를 타고 다니겠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ㅡ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도는 이야기. (책 출간과 지금 시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뼈대는 같다) OPEC이 만들어지고, 석유 파동이 일어나고, (한국에서는 '오일 특수'를 누리게 되고) 산지는 석유를 팔아 무기를 사고, 다시 그 무기로 인해 내전이 발발하고ㅡ 책에서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를 설명하며 '숙녀들의 영원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반군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묘사한 것처럼, '검은 황금'이라 일컬어지는 석유 또한 bloody oil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다……. 미국은 중동 쪽의 유가가 높아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낮으면 낮을수록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10여 년 전 이라크 침공에서 다친 후세인은 '미국이 이라크로부터 석유를 값싸게 얻기 위해' 희생된 것이며, 그보다 1년 전 후세인이 석유 수출을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의 침공은 없었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지구상에 석유란 것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전쟁은 역사 속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역사는 잉크로 기록되는 게 아니라, 석유로 기록된다.」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있을까. 어찌 되었든 뚜렷한 진실 하나는, 바로 석유는 피를 부른다는 것.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긴장을 유지한다면 모르겠지만 석유라는 것은 매장된 것을 끌어올려 사용하는 순간 끝이 난다. 동물처럼 새끼를 까거나 식물처럼 씨앗을 틔워 무한정 생산되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아니라 포물선을 그려 가다가 결국엔 바닥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석유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가 그에 반한다면 당연히 유가는 치솟기 마련이고. 2005년에 나온 미국 에너지부의 연구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석유 부족의 시작을 2015년으로 잡았다고 한다. 대체연료를 개발하지 않는 한 석유를 둘러싼 전쟁 특히 산유국을 상대로 하는 침략전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석유는, 축복으로 시작해 재앙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스미스가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들은 안 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모든 자연 자원을 소모해 버리지. 너희의 유일한 생존 방식은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거야.」 이것이 그의 인간에 대한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