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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메이드 인 공장』 김중혁 (한겨레출판, 2014)


메이드 인 공장 - 8점
김중혁 글.그림/한겨레출판


처럼 보기 힘든 뭔가를 가지고서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그러면 그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 물건이 된다. 오늘날에는 'made in'이나  'manufactured in' 'OEM' 따위의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 줄기차게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아버지세대의 차별적 언어습관은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지만. 『메이드 인 공장』은 신문 연재 당시부터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라서 (어쩌면 당연하게도)책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이 책도 책을 제작하는 '공장'에서 만들었겠지. 나무를 잘라 종이로 가공하고 거기에다가 잉크로 인쇄를 한 뒤 책등에 본드를 발라 겉표지를 붙여서는……. 맙소사, 더군다나 간장 공장 공장장을 찾아간 건 기막힌 기획이었다(철창살 만드는 곳을 탐방하지 않은 건 왜일까?). 그나저나 브래지어 공장을 다녀온 뒤 토막으로 붙인 팬티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금도 하얀색 팬티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 나는 군 시절 피복류를 담당하던 서무계 보급병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군인들에게 보급되는 하얀색 팬티가 있었다. 심지어 간부도 군용으로 만들어진 하얀색 삼각팬티를 구입했으니까. 그게 10년쯤 전인데 지금도 오줌 자국이 남을 우려가 있는 새하얀 팬티가 만들어지고 있다니. 놀랄 노 자다ㅡ 게다가 당시에는 쫀쫀한 박서가 아니라 트렁크라고 불렀던 펑퍼짐한 것과 삼각 형태의 두 가지 종류밖에는 없었다. 공장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연히 우리가 몰랐던 이런저런 저간의 사정들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지구본 공장. 소련이 해체됐을 때, 남수단이 독립했을 때 등등 그들은 지구본 데이터를 수시로 바꿔야만 했고 앞으로도 그 일은 반복될 것이다. 콘돔 공장은? 관계자는 동양인들이 선호하는 콘돔 사이즈를 언급하는데 그렇게나 세밀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 달착지근한 향. 딸기, 살구, 포도, 오렌지. 불량품을 확인하는 검수조사에서는 도자기 굽는 도공과 마찬가지로 처리한다. 물론 그들처럼 집어던져 깨뜨리지는 않지만(그럴 수도 없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러니까 실질적인 형태를 가진 어떤 물질(물체)을 제조하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로운 과정을 지니고 있다. 일견 상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도 않다. 엄청나게 복잡다단한 메커니즘과 더불어 입체적 히스토리가 숨어있다. 우리가 모르는 곳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