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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교장』 나가오카 히로키 (비채, 2014)


교장 - 8점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지구대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물론 그쪽은 이미 임관이 완료된 순경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라 『교장』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후 방영된 중앙소방학교의 이야기는 어떨까. 직업 자체는 다르지만 공무원을 '양성'한다는 점에서라면 이쪽과 접점이 있을 듯싶다. 군대에서와 마찬가지로 폐쇄된 공간에서의 규율과 반복되는 훈련. 무엇이든지 지시를 받아 행동해야 하는 그들은 빡빡한 일정에도 힘겨워한다. 소방학교에서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제복과 장비를 착용한 채 응급환자 처치와 이송, 모의 화재현장 실습 등을 경험한다면 경찰학교에서는 불심검문, 몽타주, 이륜면허 강습, 체포술 등을 훈련한다. 어느 쪽이나 위험이 따르는 것은 똑같다. 그렇게 일견 단순할지도 모르는 훈련을 소화하다 보면 어느 새 동작 하나하나가 몸에 배어 생각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 각인된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모두가 꺼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점차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는 지금이지만 교장(敎場)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찰이 되기 위해 모였다. 경찰을 동경해서든 불신해서든. 『교장』은 그들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추리소설의 방법론을 따라 각각의 단편처럼 모인 글들이 초임과 98기 단기과정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려져 있다. 그중 가자마라는 교관이 모든 이야기에 개입됨으로써 구심점 및 귀결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실례합니다.」 「명함이 있으시면 보여주시겠습니까?」 이름의 한자를 교묘히 틀리게 만든 가짜 명함. 「다치신 모양인데, 어쩌다가?」 손가락의 붕대. 「폭행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다칠 것 같으면 종종 가해자의 손가락을 물기도 합니다.」 「조금 다치셨다고요. 그런 것치고는 붕대를 꽤 두껍게 감았는데요.」 그리고 새 신발. 「그런데 보통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굳이 새 신을 신을까요?」 「그 신발 좀 벗어주시겠습니까? 한 쪽씩 차례로.」 「당신은 아까부터 발밑에서 눈을 못 떼더군요.」 각성제일까. 「깔창 밑에 약봉지를 숨기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당황하는 행인, 우물쭈물하다 신발을 벗기로 결심. 「그럼 벗을 테니 어깨 좀 빌려주세요.」 단호한 경찰.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흉기를 숨기고 있지 않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단, 우산은 씌워드리겠습니다.」 소설에서 묘사된 불심검문 실습 장면이다. 설사 범인이거나 용의자가 아니더라도 심히 당하는 입장에서라면 불쾌할 수 있다. 더군다나 행인이 그득한 거리 한복판에서는. 그럴 땐 길옆으로 빠져나와 사정을 설명하고 당신이 용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킨 뒤 '협조'를 바란다는 말로 불심검문을 실시한다. 물론 듣기에는 편하다. 어지간히 훈련된 경찰이 아니라면 불심검문을 하는 쪽도 거리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경찰학교, 그 교장에서는 기계처럼 딱딱 맞물려 사소한 감정의 틈입을 막는 훈련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 하나의 경찰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라면 경찰도 감정노동자라 말할 수 있을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