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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커트 스테이저 (반니, 2014)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 8점
커트 스테이저 지음, 김학영 옮김/반니


「숨을 한번 쉬어보라. 방금 당신이 한 일은 지난 24시간 동안 3만 회 이상 했던 일이다.」 책을 시작하는 첫머리의 놀라운 두 문장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행동은 우리가 자고 있을 때마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ㅡ 우리의 자유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환기한다는 것과 그로 인해 우리 몸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부식되어가고 있다는 거다. 바로 지구 표면에서 무게비가 가장 크다는 산소(oxygen) 얘기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는 연이어 수소, 철, 탄소, 나트륨, 질소 등 생물학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여덟 가지 원자를 다룬다. 특히 나트륨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다소 공포감 드는(!) 사진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곤충학자 한스 밴치거의 눈 ㅡ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눈알' ㅡ 에 들러붙은 나방을 그 자신이 찍은 것으로, 눈에 붙어 눈물을 빨아 마시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가 그만 플래시에 놀란 나방이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그는 그러면서 '눈물 애음가'란 표현을 썼다). 심지어 훗날 밴치거는 똑같은 경험을 다시 한 번 겪게 되는데 이번에는 눈꺼풀이 열리지 않도록 눈을 질끈 감았지만 예전의 다소곳했던 것과는 달리 그 나방은 눈물이 더 많이 흐르도록 아주 공격적으로 눈꺼풀을 할퀴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밴치거를 성가시게 했던 나방에게 우리의 눈은 일종의 솔트릭(salt lick, 동물들이 소금을 핥는 암석이나 샘)이나 매한가지였던 셈이다. 책에 의하면 이처럼 소금기 있는 액체를 핥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곤충들이 있는 모양인데, 나트륨은 우리에게 역시 중요한 원소임에 틀림없다. 체액 속에 나트륨이 부족하면 세포들은 부풀어 오르다 결국 터져 죽게 되고,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말린 자두처럼 쪼그라들고 만다.(p.160) 남아메리카의 앵무새가 강기슭의 진흙을 먹는 이유로 나트륨 섭취보다는 주요 먹이에 들어있는 독성의 해독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하여튼 나비나 나방의 '눈물 핥기'만큼은 소금 사냥이 틀림없는 것만 같다. 나트륨을 머금은 수컷 그리고 그렇지 못한 수컷과 각각 교배한 암컷들 중 전자의 경우는 암컷의 체내 나트륨 함량이 높았으며 더욱이 그런 암컷이 낳은 알 속에도 마찬가지로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책은 나트륨 원자로 가득 찬 우리 몸을 그들이 꼭 들러야만 하는 소문난 바(bar)로 비유하며 나트륨의 기능과 함께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눈물에까지 흘러오게 되었는가에 대해 적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 몸속 뼈의 구조적 기반을 이루는 인(phosphorus), 호흡할 때마다 폐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오로지 음식을 통해 들어온 것만이 우리의 일부가 된다는 탄소(carbon)ㅡ 우리는 다른 생물로부터 탄소를 훔치는 소매치기다(p.127),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원인에 일조하는 질소(nitrogen)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알고리즘을 펼쳐놓는다. 그러면서 커트 스테이저는 '먼지가 되느니 차라리 한 줌 재이고 싶다'는 잭 런던의 말을 인용한다. 간단히 말해 만물의 본질은 원자라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자신조차 먼지나 티끌로 비유하는 것이 일견 합당해보이기도 한 대목이다. 우리가 죽고 난 뒤 화장을 하게 되면 북반구 하늘의 약 0.1제곱미터당 화장한 시신에서 나온 탄소 원자의 수가 대략 3천6백억 개에 달한다니 말이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