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_롱

『로마의 일인자』 콜린 매컬로 (교유서가, 2015, 가제본)

로마의 일인자 1 - 8점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교유서가



두 7부작으로 정리된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 중 1부 『로마의 일인자』 제1권. 하나같이 두껍기 그지없어서 한국어 번역이 완료되면 총 스무 권쯤은 될 것 같다.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없으면 좌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소위 대작이 갖는 불안감과 분권 없이 출간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과거 2부까지 출간되었다 절판을 겪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니 이번만큼은……).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사람과 장소만 바뀔 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해도 될 정도가 아닐는지. 『로마의 일인자』 1권은 카이사르(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리우스(가이우스 마리우스), 술라(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이 세 남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카이사르가 자신의 열여덟 먹은 딸과 그녀보다 서른은 좋이 나이 든 군인 마리우스를 결혼시키고자 하고, 카이사르의 아내가 이를 아무렇지 않게 '사업 문제'라 부르며(맙소사!), 마리우스가 앞으로 철저히 혼자가 될 거라 눈물을 흘리는 아내와의 이혼을 요구하면서 내뱉는 '그러게 작은 개라도 길러보라'라는 우스꽝스런 어조, 명문가 출신이나 파락호에 난봉꾼인 술라의 운명 등이 얽히고설킨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자신의 피호민(被護民)인 평민을 보호하는 귀족이 유독 자기 피호민들이 많은 지역에 공공사업 계획을 추진하거나, 유서 깊은 가문과 돈이 결혼이란 방식으로 어우러져 일종의 파급효과를 내거나, 유력 정치인(들)이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쓰는 모양새 그리고 끔찍하고 더러운 파벌 정치는 역시 사람과 장소만 바뀔 뿐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총 세 권으로 제작될 1부 『로마의 일인자』를 다 읽어보아야 이 걸작의 겉핥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여기까지다. 다만 시리아의 점술가 마르타가 마리우스를 두고 일곱 번이나 집정관이 되어 '로마 제3의 건국자'란 칭호를 얻을 거라 읊은 예언과 더불어, 독버섯 등으로 두 여자를 저세상으로 보낸 야심가 술라가 카이사르의 둘째 딸과 결혼하며 얻은 카이사르 가문의 후원(동시에 동서지간이 된 마리우스의 재정적 지원)으로 시작할 정치적 입지 다지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가 되리라. 『로마의 일인자』가 모습을 갖추고 가이드북(용어와 개요를 정리한 소책자일 듯하다)과 함께 출간되는 것은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저 유명했던 책도 읽지 않았고 로마제국의 역사에 관해서도 전반 지식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콜린 매컬로의 팩션이 일반 역사 서적에 비해 제격이지 않겠나. 아마도 로마제국을 다룬 딱딱한 역사서 한 권을 읽으라 했다면 쉬 접근하기 어려웠을 터다(13년간의 고증과 20년에 가까운 집필 기간을 거쳤다던가! 심지어 연구와 독서로 인해 심지어 매컬로 자신은 시력마저 잃고 말았단다!). 그리고 이제 <마스터 오브 로마> 1부가 모습을 갖춘다. 카이사르 가문과 마리우스의 결합에서 시작된 로마 이야기의 시작이,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마지막 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