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후마니타스, 2015)

· 책_롱 2015. 7. 11. 21:26

불안들 - 8점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


관심과 무감동에 불안이 더해진다. 오늘의 사람/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는 것을 거리끼지 않고 이제는 다른 사람/사람들의 불안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혹여 그 불안이 현실이 되어 내게 오지는 않을까 하면서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불안감에 불안해한다. 동시에 (대체로) 내 신체와 소유물을 해치지 않는 한, 그러니까 내게 실질적 위협이 없는 한 다수의 쪽에 서 있고자 한다. 그편이 내 불안감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불안(감)이라는 건 때때로 내게 긍정의 작용을 이루어내기도 하는데, 적절한 불안과 긴장은 나를 무기력에 빠뜨리지 않고 더 이상 내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추진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편 또 당연히, 그러한 불안은 그것 스스로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다(따라서 책의 결론 부분이 다소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 터라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기도 하다). 불안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수작을 건다. 전쟁, 건강하지 않음, 자연재해, 욕망 채우기에 실패한 뒤 느끼는 불만족. 특히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실은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면 또 다른 불안이 야기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소비자인 우리의 '선택의 자유'라 일컬어지는 방식에서 오는 '선택의 권력'이 각각의 소비자가 아닌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것, 좀 더 나은 조건을 기대하며 통신사를 끊임없이 바꾸는 사람들, 이런저런 불안을 덜고자 자기계발서와 각종 멘토를 찾는 모습 등에서(p.112),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시콜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의 틈바구니를 돌아다녀야만 한다는 한층 더 나아간 새로운 불안에 휘둘리고 만다. 때문에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게끔 설계되어 가면서도 그런 만큼 인간관계 또한 단속적이거나 혹은 정반대로 흐를 가능성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즉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의미인데, 예컨대 가짓수 많은 선택지에서 특정한 것을 고르기는 쉬워도 '무한에 가까운 선택의 자유' 앞에 서면 외려 갈팡질팡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선택지는 없으니 그냥 원하는 것을 아무거나 하시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될는지도 모른다. (p.113: 오늘날 소비 지상주의 사회에서는 파트너를 구하는 논리와 새 차를 사는 논리가 다르지 않다. 즉, 먼저 광범위하게 시장조사를 한다. 다음으로는 욕망하는 ‘대상’의 품질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그러고는 혼전 계약서를 작성한다. 시간이 지나면 중고를 새것으로 바꾸거나, 번거로운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정하고 단기 임대 계약을 맺기도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 첫머리에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위험(과 거기서 생겨나는 공포 혹은 불안)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신체와 재산을 위협하는 위험, 사회질서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 등. 그러나 이런 위험의 가짓수는 비단 바우만이나 살레츨이 지적하고 있는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가 불안 요소라 인정하는 것들 외에 새로운 공포의 영역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불안감과 무서움으로 점철된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서 늘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공포에 빠져서 지내지는 않을 것이므로. 바우만의 말대로 우리는 그런 무서운 사태의 가능성을 잊어버릴 교묘한 전략을 넘칠 만큼 갖고 있다.(앞의 책 p.17)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계속해서 변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안의 형태 또한 그럴 공산이 커야 하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불안 요소를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하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개인/단체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좋지 않은 부담스러운 것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텐데, 살레츨이 책을 끝내며 말한 '불안이 없는 사회도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위험한 곳'이 가지는 의미, 즉 약간의 불안에 대한 경험은 우리의 안녕과 평온을 저해한다기보다 주의의 결여를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osted by 아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