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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쓰러지다

『노동여지도』 박점규 (알마, 2015) 노동여지도 - 박점규 지음/알마 모순이 아니다. 첫머리의 '재벌여지도'가 아닌 '노동여지도'를 그리려고 애썼다는 가만한 토로 말이다. '노동여지도'를 읽으면서도 동시에 '재벌여지도'와 같이 느껴지는 것은 상반된 두 가지 사실이 전혀 어긋나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으로, 결코 이것은 모순이나 이율배반이 아닌 이음동의어인 거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마음,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라는 그리움, 침묵의 컨베이어 벨트보다는 연대의 노동, 농성 천막이 아닌 활력의 공장. 21세기 대한민국 노동의 풍경이라는 부제는 응당 '정직한 땀의 대가'과 짝을 이루어야 할 것만 같은데도, 은근슬쩍 '쇳물'이라는 단어가 어디선가 날아와 쿡 하고 박힌다. 정글 자본주의가 상생경제로, 승자독식 자본주의가 소비자선택 자본주의.. 더보기
『노동자, 쓰러지다』 희정 (오월의봄, 2014) 노동자, 쓰러지다 - 희정 지음/오월의봄 내 이야기이다. 유리컵을 깨뜨리는 바람에 손이 다쳤다. 일을 못하는 일주일 치 시급은 날아갈 테지만 병원비는 내 지갑에서 지불되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손을 세 바늘 꿰맨 뒤 카드를 하나 받았는데 뒷면에 '勞'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 노동자 재해보상 보험. 한국의 산재보험에 해당하리라. 그 후로 약 일주일간을 매일같이 병원에 드나들며 소독하고 붕대를 새로 감아 나왔다. 오륙 년 전쯤 일본에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부러운 건 솔직히 부럽다고 말해야겠다. 당시 손에서 피가 나자 동료들이 밴드를 가져와 붙여주었고 그래도 멈추지 않자 지배인은 병원을 수배한 뒤 스스로 택시를 잡아 나를 태웠었다. 『노동자, 쓰러지다』를 읽으면 딴 나라이자 별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 더보기
신간마실 14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해나무 영화이미지학 - 김호영 지음/문학동네 역사비평 107호 - 역사문제연구소 엮음/역사비평사 의적 메메드 - 상 -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열린책들 의적 메메드 - 하 -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열린책들 무상교통 - 김상철 지음/이매진 한국 신화 - 김경복 지음/청아출판사 샤머니즘의 세계 - 우노 하르바 지음, 박재양 옮김/보고사 지금 이 순간의 행운 - 매튜 퀵 지음, 이수영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가장 잔인한 달 - 루이즈 페니 지음, 신예용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행복한 죽음 - 송길원 외 지음/나남출판 계속되는 무 -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 지음, 엄지영 옮김/워크룸프레스(Workroom)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