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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자키 시리즈

『천사들의 탐정』 하라 료 (비채, 2016) 천사들의 탐정 -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도대체가 남자라는 종족에 얼마나 구애되었으면 일곱 편(후기를 대신해 쓴 작품마저)의 단편 제목 끄트머리에 죄다 '남자'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인가, 하는 애교 섞인 볼멘소리를 늘어놓으며 독서를 마친다.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유일한 단편집. 멱살잡이를 하고 싶을 정도로 좀처럼 작품을 내놓지 않는 하라 씨의 색다른 글쓰기. 소년, 소녀들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이야기들. 일본의 어느 독자는 이 단편집 제목의 '천사'를 어른이 되지 못한 위태로운 인간들일는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책 뒷날개에 적힌 카피('그들은 어쩌면 모두 도시의 그늘을 닮은 천사는 아니었을까')를 다시금 읽고 나니 그럴싸한 풀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금털털한 블루버드와 피스. 판에 .. 더보기
『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비채, 2013) 안녕, 긴 잠이여 -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나는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을 읽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신주쿠는 등장인물들을 지켜주는 가이아처럼 여겨진다고 내뱉었던 말이 떠오른다. 실제로 그곳에서 일 년간 살아 보니 처음 발을 들이밀 때와는 달리 점점 집 밖의 아스팔트가 내 발을 끌어당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산에 오르면 모텔 불빛과 교회 십자가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던 어느 철학자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곳이 있다.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땅은 아감벤이 언급했던 도시(city)가 아닌 수용소(camp)라는, 시쳇말로 개 같은 기분이 그때는 절실히 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하라 료의 경우는 어떨까. 나는 그에게 원한 감정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억하심정이라 하는 편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