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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인체재활용』 메리 로치 (세계사, 2010, 개정판) 인체재활용 -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세계사 학창 시절 대학병원에 부속된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염(殮)하는 보조 인원을 구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에 의하면, 그곳에 들어가면 일단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술을 내어준다고 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 혹은 몇 주간 몸에서 죽음의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내게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는 그러면서도 무더운 여름의 찝찝함을 날려 보낼 수 있으며 적지 않은 '쏠쏠한' 돈까지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ㅡ 나는 망자의 몸을 두고 얘기하면서 '쏠쏠하다'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에 약간 거리낌을 느꼈고 동시에 다른 종류의 새로운 찝찝함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과 매한가지로 순전히 호기심 충만한 꼬마둥이였던 나는 그것이 .. 더보기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멜라니 킹 (사람의무늬, 2011)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 멜라니 킹 지음, 이민정 옮김/사람의무늬 죽음은 확실하고 삶은 불확실하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삶은 불완전하지만 죽음은 완전함 그 자체」이다. 그런데 조기 매장 ㅡ 사후 섣불리 입관 및 매장이 진행되어 ㅡ 으로 인해 관 속의 망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삶보다 죽음 쪽이 불확실하다고 해야 할지도. 나는 실제로, 무척 진지하게, 이런 일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죽은 뒤 매장이 되었는데 한참 후 내 눈이 번쩍 뜨인다면! 깔끔하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죽음 이후의 처리는 화장(火葬)으로 하기로. 이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죽는 방법'이다. 어쨌거나 '불확실한 죽음.. 더보기